21세기 지구인들은 서로 다른 문화가 가장 격렬하게 만나는 방식인 전쟁을 치러내고 있습니다. 총칼 앞에서 타자에 대한 소박한 호기심은 부정되고 ‘나와 다른 것’은 짓밟고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 될 뿐입니다. 현대물리학은 베이징의 나비가 날갯짓 한 번 한 것이 뉴욕에서 태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 이론을 밝혀 냈지만 이 긴밀한 네트워크 시대에도 공생(共生)은 인류에게 요원한 과제입니다.
한 한국인 청년이 이라크 땅에서 죽어갔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이민족에게 모국어도 아닌 이국어로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썼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조종(弔鐘)은 울립니까. 종은 바로 우리 자신, 이 야만의 시대를 호곡하며 울립니다.
책의 향기 팀 b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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