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북스]‘프리젠테이션, 하나의 예술‘…멋지게 표현하려면

  • 입력 2004년 6월 25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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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젠테이션, 하나의 예술/한정선 지음/382쪽 1만4900원 김영사

혹 지금 연인이나 배우자 후보를 만나러 가는 길이어서 가슴이 몹시 콩닥거리지 않으신지? 취업 면접을 앞두고 요령을 가르치는 책을 보고 있으신지? TV 출연 제의를 받고 무슨 옷을 입고 갈까 고심 중이신지? 강연회에서 발표할 원고를 다듬고 계신지? 수주(受注)를 위해 곧 발주 회사를 방문해야 하지 않으신지?

이런 경우들의 공통점은 뭘까. 얼굴이 낯선 상대방에게 나의 됨됨이나 역량을 제대로 보이고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깊은 인상을 심고 감동을 줘야 한다.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밋밋하게 보이면 점수가 떨어진다. 인생이나 성공 여부가 좌우되는 중대한 상황일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무조건 배짱으로 밀어붙이면 된다? 아니다. 좀 더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는, 탐스러운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정교한 방법을 익혀야 한다.

겸양, 겸손, 절제 등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람은 “뭐 이런 방법까지 익히다니 너무 영악하게 살아가려는 것 아냐?”하고 찜찜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어로 ‘공개 설명’ 또는 ‘제안’ 등의 뜻을 지닌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의 참뜻을 알고 나면 이런 도덕적 부담을 덜 수 있으리라. 진정한 프레젠테이션은 상대방을 현혹하는 기술(테크닉)이 아니라 나의 진실을 잘 전달함으로써 상대방과 나의 마음을 일치시키는 수단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나의 예술’이라 명명했다. 또 훈련에 의해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과학’이라 했다.

이화여대 사범대 교수인 저자는 교육공학 전문가. 미국 유학시절에 다른 학생들이 놀랄 만큼 깔끔하게 과제물을 발표하는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그 후 20여 년간 프레젠테이션에 관한 이론과 응용분야를 연구했다.

이 책 전체엔 저자의 깊은 학문적 내공이 배어 있다. 하지만 딱딱한 이론만 나열한 책이 아니다. 다양한 사례를 쉽게 풀어 ‘이야기 책’ 역할을 하기도 하고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그래픽도 담았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법들도 여럿 눈에 띈다. 이 가운데 하나가 ‘KISS’ 원칙으로 ‘Keep It Simple and Short(간단하고 짧게)’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나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연설 고수들의 노하우를 분석한 것도 아마추어에겐 큰 도움이 된다.

유머를 쓰는 기법도 유용하다. 청중의 성향에 따라 유머를 달리 해야 하는데 친구들을 웃긴 얘기라도 대기업 임원들 앞에서는 ‘썰렁한’ 것이 될 수 있다. 발표자 자신이 “여러분, 우습지요?”라고 말하면 청중 가운데 아무도 웃지 않고 분위기는 썰렁해지기 십상이다.

취업 면접에서 “자신의 장점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장점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 허풍쟁이로 비친다. 단점을 묻는 질문에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응답하면 동문서답이다.

‘제목에 걸맞게 내용을 멋지게 프레젠테이션 한 책’이라 평가해도 되겠다.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올 상반기 결산 베스특셀러(2003년 12월 31일∼2004년 6월 3일) 교보문고 집계
순위도서저자출판사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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