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외도는 없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접대할 일이 많아져서 귀가시간이 늦게 되고 가끔 차에서 쉬다가 잠이 들어버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부는 대학 시절 봉사단체에서 만나 결혼을 하게 됐다. 그런데 남편이 보기에 부인은 결혼한 후 점점 ‘한심한’ 여자가 돼 갔다. 사회문제에 관심도 없고 살림도 등한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로지 남편이 돈만 벌어오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점점 함께 살 재미가 없어졌다.
부인은 얼마 전 남편 친구들과 부부동반 여행을 갔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남편이 “우리 마누라는 냉장고에서 양파가 썩어가도 모른다”며 자신의 흉을 본 것이다. 그 전까지는 남편이 일 때문에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날 이후 남편이 자신을 싫어해서 일을 핑계로 늦게 귀가하고 외도를 하고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부인에게 남편이 원할 것 같은 여성 스타일을 물었다.
“남편은 자신감 있고 활동적인 여자를 좋아할 것 같아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도 남편이 선택해 준 것에 대해 늘 고맙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냉장고 사건’을 통해 남편의 본심을 알게 됐어요. 이혼도 생각했지요. 그런데 솔직히 두려웠어요.”
그렇다면 어떤 여자가 자신감 있는 여성일까. 부인은 “자기 일을 하고 주관이 확실하며 남편의 대화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부인은 상담을 하면서 직장에 다시 나갈 것을 결심했다.
얼마 뒤 다시 상담을 했다. 부인은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취직 준비를 하면서 잃었던 자신감도 어느 정도 되찾았다. 달라지는 부인을 보면서 남편도 부인에게 정성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자신에게 부인만한 사람도 없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오랜 불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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