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작고한 이오덕 선생이 감자에 얽힌 어린시절을 들려준다. 사십년 산골학교에서의 소박한 삶은 감자를 먹으면서 시작된 것 같다.
네 살이었던가 다섯 살 때 어머니는 밥에 앉힌 감자를 젓가락에 꽂아 주었다. 선생은 일찍이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도 안 떠오르고 감자를 입에 한가득 넣고 “하아 허어” 김을 토하던 생각만 난다고 고백한다.
“한입 가득 넣으면 입 안에 녹아드는 그 향기 그 맛/팍신팍신 달고소한 그 감자 맛…쳐다보는 머리 위 미루나무에선 이초강 이초강/보리매미들이 온통 사납게 울어쌓고….”
이 정도 되면 시다. 선생은 “이것은 아이들에게 읽히기 위해 쓴 시가 아니다”면서도 “그런데도 동시를 써 달라는 자리에 내어 놓게 된 것은, 김치나 된장을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나와 같이 살아온 ‘할아버지들의 세계’를 한번쯤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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