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농림부장관다운 소양이 전혀 없네요. 농경지를 공장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다니! 농민이 어떻게 되든 당신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보여요.”
우리의 농림부장관을 보고 하는 소리는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더구나 사람이 아니라 닭이 하는 소리니 듣고 흘려버리면 된다. 아니, 한낱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니 아이들이나 보고 킥킥거리라지.
그러나 안심할 일도, 흘려버릴 소리도, 킥킥거릴 일만도 아니다. 충고의 대상이 우리의 농림부장관은 아니지만 우리의 농촌문제와 다름없고 더더군다나 당장 위협받고 있는 우리의 먹을거리 문제니까.
여기에 나오는 닭은 보통 닭이 아니다. 아흔아홉 살 된 엄청 똑똑한 슈퍼 암탉 치키다. 말도 하고 글을 쓸 줄도 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싸운다.
농장에서 마음씨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치키는 대규모 닭 공장, 즉 양계장이 마을에 들어서면서 닭 사육 실태를 알게 된다.
치키의 농장주인 말처럼 이미 오늘날의 닭은 더 이상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달걀을 생산하는 기계처럼 다루어진다. 닭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을 만큼 빼곡히 들어차 있는 양계장 속에서 병이 들거나 더 이상 알을 낳을 수 없을 때까지 갇혀 지낸다. 창문은 아예 없고 인공조명만 항상 켜져 있다. 잠을 적게 자고 많이 먹어 알을 많이 낳게 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다. 양계장 주인은 닭에게 많은 알을 낳도록 특별제조 사료를 먹이고, 또 빨리 죽지 못하도록 사료에 항생제를 넣는다. 결국 인간도 항생제가 든 달걀을 먹게 되고 그런 인간이 나중에 병이 나면 의사에게 항생제 처방을 받고….
양계장의 닭들을 구하고 싶지만 힘 있는 인간을 어찌하겠는가. 농장주인은 치키에게 “대량생산으로 달걀 값은 아주 싸졌지. 그러니 인간은 닭이 어떻게 되든 전혀 상관하지 않아. 인간이 무관심한 일을 닭인 네가 어떻게 바꿔 놓을 수 있겠니”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쌈닭이기도 한 치키가 가만 있을 리 없다. 양계장의 실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신문사에 독자의 편지를 보내는 일부터 시작한다.
독일에서 5만5000부 이상 팔린 책에만 주어지는 ‘황금도서상’을 수상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책의 미덕은 가볍지 않은 주제임에도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키가 농장의 유일한 수탉 알렉스에게 꼬끼오 소리를 이백서른네 번 쉬지 않고 내 기네스북에 오른 미국의 어느 수탉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렉스는 그 기록을 깨기 위해 매일같이 이를 악물고 연습하고, 어느 날 치키도 재미있겠다 싶어 알렉스 옆에서 함께 운다. 못해도 삼백 번 정도는 계속해서 꼬끼오를 했을 것이다! 암탉들이 앞 다퉈 달려오고….
알렉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곧 도끼눈을 하고 치키를 노려보다가 풀이 죽어 닭장으로 돌아간다.
“쳇, 암탉이 울다니! 기가 막혀서…암탉이 울면 어떻게 되는 줄이나 아나, 뭐! 살다가 별일을 다 보네…그럼 난 대체 뭐야?”
알렉스는 화가 나 그 뒤로 몇 달 동안 꼬끼오 소리를 전혀 내지 않았고, 사랑의 의무까지 등한시하는 치사함을 드러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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