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무속 설화를 순정만화로…이은 作 ‘분녀네 선물가게’

  • 입력 2004년 6월 27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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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분녀네 선물가게’ 1, 2권을 펴낸 이은 작가는 주위로부터 “화통한 성격이 주인공 분녀와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전영한기자
만화 ‘분녀네 선물가게’ 1, 2권을 펴낸 이은 작가는 주위로부터 “화통한 성격이 주인공 분녀와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전영한기자
작가 이은씨(30)가 순정만화적 감수성에 전통 무속 설화를 녹인 ‘분녀네 선물가게’(서울문화사)를 펴냈다. 그는 종교는 없지만 점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분녀네 선물가게’는 1월부터 서울문화사 인터넷 홈페이지(www.jumps.co.kr)에 연재되고 있는 극화다.

터프한 주인공 분녀는 무당의 손녀로, 무속과 미신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리학을 전공하고 할머니의 골동품을 팔아치우기 위해 선물가게를 운영한다. 가게의 미남 아르바이트생인 미스터 양은 청상과부 귀신이 붙은 죽부인 같은 물건들을 손님들에게 팔고, 그 물건들이 손님들의 인생을 한때나마 좌우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분녀네…’는 ‘36℃의 반란’(2001년·전6권)에 이어 작가의 두 번째 단행본이다. ‘36℃의 반란’은 “20세가 되기 전에 결혼 못 하면 평생 노처녀”라는 점괘를 받고 신랑감을 찾겠다고 결심하는 여고생의 이야기다.

“그 작품은 ‘꽃만화’(미남 미녀들이 복잡한 애정관계를 맺는 만화)였는데, 제가 그리면서도 스스로 재미를 못 느꼈어요. 하지만 ‘분녀네…’는 오래 전부터 구상해 가장 공들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신비한 미청년이 가게에서 특이한 물건을 파는 설정이 일본 만화 ‘펫숍 오브 호러스’(아키노 마츠리)를 연상시켜 독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런 말은 작가에게 가장 충격을 주는 것이죠. ‘그림 못 그린다’고 하면 그림 연습을 더 하고, ‘무식하다’고 하면 공부 열심히 하면 되지만 ‘표절’이라니…. 그런 글 밑에 ‘표절이 아니다. 작품도 제대로 안 본 것 아니냐’며 두둔하는 리플이 달리면 너무 고마웠어요.”

2권째부터 표절 의혹이 잦아들었다. 에피소드의 호흡이 길어지고 신들린 물건이나 귀신 이야기보다 인물 간의 관계와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펫숍 오브 호러스’와 차별화된 덕분이다. 특히 고교 시절 단짝이었으나 지금은 서로 원수가 된 분녀와 여배우 하이랑의 관계, 선물 가게에서 산 ‘할로우 다이어리’에 둘만의 비밀 일기를 쓰는 여고생 양지와 은재의 우정이 돋보인다.

“소재의 한국적 느낌은 살리되 단순한 설화의 나열에 그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작가 박소희씨 의 ‘궁’처럼 캐릭터들의 두근두근거리는 감정선을 잘 살리고 싶습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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