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여성 최초의 티베트 승려로 세계 비구니계의 지도자인 텐진 파모 스님(61)이 제8차 ‘세계여성 불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 중이다.
그는 28일 경기 김포시 중앙승가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랜 역사 속에서 승단을 지켜온 한국 비구니에 대해 감탄하며 한 수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그는 영국인으로 21세인 1964년 티베트 불교 종단 중 하나인 카규파의 스님이 됐다. 그는 1973년부터 12년간 히말라야의 작은 동굴에서 홀로 수행하며 여성도 영적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몸소 보여줬으며 1993년부터 세계를 돌며 불법을 전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비구니들은 스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비구니들이 성불(成佛)을 위해 다음 생애에는 반드시 남자로 태어나겠다고 이야기할 정도죠. 그러나 저는 여성도 깨달음을 얻고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현재 티베트에서 여성불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에선 6년간 불교 교리와 영어 등을 가르치고 이후에 무엇을 공부할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 21명이 교육 받고 있는데 80명까지 늘리려고 합니다.”
그는 여성불교학교가 제 궤도에 오르면 다시 동굴 수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혼자 이룰 수 없는 인내심이나 자비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 수행하면 잡다한 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아 수양의 발전이 빠릅니다. 두 가지 생활이 조화를 이뤄야죠.”
파모 스님은 다음달 13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전국비구니회관에서 ‘깨달음을 향하여-여성의 삶과 수행’을 주제로 강연을 갖는다. 031-984-9084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