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개봉 예정인 일본 공포영화 ‘착신아리’는 현대인의 필수장비인 휴대전화를 공포의 씨앗으로 치환시키는 역(逆) 발상이 포인트. 죽음을 피하기 위해 친구의 휴대전화에서 자신의 번호를 지우려 아비규환을 벌이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묘한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이 영화는 휴대전화로 죽음이 전파된다는 내용의 한국영화 ‘폰’과 죽음의 시각이 카운트다운 되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동분서주한다는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일본영화 ‘링’에서 착안한 듯하다. 결국 죽는 대상과 죽는 시간을 관객에게 미리 알려주는 이 영화는 관객을 갑자기 놀라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탄탄한 이야기로 관객의 공포 예감을 뛰어넘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러나 ‘착신아리’는 절반의 성공만 거두었다. 절반의 성공이다. 끔찍한 이미지들은 떠다니지만, 관객의 머릿속에 재구성되는 이야기의 논리구조는 탄탄하지 못하다. 사지가 찢기거나 관절 마디마디가 꺾이는 잔혹한 죽음의 영상을 나열하던 영화는 죽음의 원인을 캐 들어가는 중반부터 연결고리가 약해지면서 뚝 부러져 버린다. 사건 장소에서 발견되는 빨간 알사탕과 천식 환자의 숨소리를 단서 삼아 유미가 찾아낸 연쇄 죽음의 진원지는 ‘착신아리’의 존재이유나 다름없는 질문, 즉 ‘왜 휴대전화인가’를 개연성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야기를 꼬고 또 꼬아 만드는 막판 반전은 이젠 사양하고 싶다. ‘알고 보니 아니었다’ 식의 반전에 관객들이 더 이상 놀랄까. 이미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 일상을 당연한 듯 살고 있는 요즘…. ‘오디션’ ‘데드 오어 어라이브’로 알려진 ‘잔혹영화 빨리 찍기’의 대가 미이케 다카시의 연출작. 15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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