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앞에서 ‘연기’를 펼쳐야 하는 것은 체조선수나 배우나 마찬가지. 하지만 김지은(金志殷·27)씨가 느끼는 양자의 차이점은 무척이나 크다. 그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퍼포먼스 홀에서 공연 중인 비언어 퍼포먼스 ‘점프’에 어머니 역으로 출연하는 전직 체조선수.
이 작품은 무술 고단자 가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코미디로, 무술이라는 설정 때문에 배우들은 공중제비 등 고난도 무술 동작을 펼쳐야 한다. 여기에 대사 없이 극의 줄거리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만큼 연기력도 필수. 김씨는 여기서 남자 배우 못지않은 힘찬 몸놀림과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그럴듯한 탱고 솜씨도 선보인다.
그의 배우 경력은 일천하다. 무대에 선 지 2년 남짓, 그것도 ‘점프’ 하나에만 출연해 왔다. 반면 그의 선수 경력은 화려하다. 1991년부터 93년까지 주니어 국가대표를 지냈고 전국대회 우승도 여러 차례 했다. 은퇴하기 직전인 2000년까지 전국체전 일반부 뜀틀 종목에서 1위를 차지한 ‘실력파’였다.
“2001년 한 선배의 소개로 이 극단 배우들에게 공연에 쓰이는 체조 동작을 가르쳤어요. 그런데 연출자가 제 ‘끼’를 발견했는지 같이 공연을 해 보자고 하더군요.”
배우의 길은 무척이나 험했다. 연출자에게 따로 개인 교습을 받아가며 기본기만 1년을 익혔지만, 연습과 실제는 달랐다. 처음 공연 때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관객을 웃겼지만 객석의 반응이 썰렁했다. 동료 배우들이 “도대체 뭘 한거냐”고 질책했다. 익살을 떤다고 했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얼굴은 심각한 표정이었던 것.
“요즘은 제가 관객의 시선을 끌면서 연기할 정도예요. 가끔 개인 인터넷 카페에 격려의 글을 올려주는 팬들도 있어요. 앞으로는 뮤지컬에도 도전해 보려고요.”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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