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사랑 고백을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남자 가수가) 총으로 쏘겠어요.”
방송 출연자들이 황당한 괴담이나 막말을 여과없이 내뱉으면서 시청자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8일 방송된 KBS2 ‘생방송 세상의 아침’(월∼토 오전6시)에서는 한 리포터가 한강 다리에서 투신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며 ‘반포대교 괴담’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어둔 밤에 반포대교에 서서 “2004년 한반도를 뒤흔든 괴담의 실체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반포대교가 저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화면에는 여러 명의 투신 자살을 ‘상세히’ 알리는 자막이 이어졌다.
그는 투신하는 장면을 재연하면서 “반포대교에서 죽은 원혼들이 주위를 떠돌며 우울한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사람을 빠트려야 자신이 하늘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에대해 인터넷 게시판에는 비난이 이어졌다. ID ‘최은아’는 “어이가 없다. 개인적, 사회적 불행인 투신 자살을 그렇게 장난스럽게 다루는가”라고 지적했다.
가수 MC몽도 최근 케이블 음악채널 MTV에서 게이와 관련된 막말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진행자가 “남자 친구가 날 이성적으로 느끼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 그리고 그 친구를 총으로 쏘겠다”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MC몽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공인이 그런 막말을 방송에서 하느냐”(‘또라이엠씨몽’) “수십만 동성애자들의 질타를 받을 각오가 돼있는가”(‘MC몽X자식’) “그 내용을 내보낸 방송사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그나물에 그밥’) 등 비판이 잇따랐다. MC몽은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사과의 글을 올렸으나 네티즌들의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0일 방영된 KBS2 ‘개그콘서트’(일 오후7시반)의 한 코너인 ‘역사스페셜’에서는 진행자가 “조선 시대의 도자기 제작 과정을 알아보겠다”며 ‘이조(李朝)’백자라는 표현을 써서 물의를 빚었다. 이조는 일본이 조선을 비하하기 위해 쓴 말이다.
진행자는 “조선시대 가마를 재현했습니다. 이조백자도 굽고, 고구마도 굽고, CD도 굽고…” 하며 이조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했다.
장소원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언어에 기본적인 자질이 없는 방송 진행자들이 많기 때문에 부적절한 표현으로 물의를 빚을 가능성이 늘 있다”며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검증된 진행자들을 내세우고 시사 교양물에서는 방송 전 언어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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