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석 사장, 내 죽음의 의미를 당신은 압니다. 대 북방사업은 아버님의 마지막 소원이었고 세기그룹 최후의 희망입니다. 내 뜻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5일 처음 방송되는 MBC 대하드라마 ‘영웅시대’(극본 이환경·연출 소원영·월화 밤 9:55)의 천사국 회장(김갑수)은 검찰에서 조사받은 뒤 이와 같은 유서를 남기고 세기그룹 사옥의 창밖으로 몸을 던진다. 천사국 회장은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영웅시대’의 두 주인공은 각각 현대그룹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삼성그룹 이병철 전 명예회장을 본 뜬 ‘천태산’과 ‘국대호’로, 첫 회의 내용은 실제 사건들과 상당히 유사하다. 천사국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북한에 5억 달러를 퍼줬다는데 사실이냐” 등의 질문을 받고, 검찰에서도 조사를 받는다.
첫 회에는 천태산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악수하는 장면도 있다. 이때 소떼를 싣고 가는 자동차의 뒷부분에 ‘HYUNDAI’ 로고가 선명히 보인다.
이 장면은 2000년 6월 방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 백화원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악수하는 장면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 김 전 대통령 대신 탤런트 최불암을, 김 위원장 대신 대역을 세워 똑같은 각도와 움직임으로 촬영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얼굴을 대역의 몸에 합성했다.
‘영웅시대’의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는 4일까지 첫 회를 무료로 미리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 ‘MEDIFEEL’은 “검은 뿔테 안경 쓴 김갑수가 고 정몽헌 회장과 느낌이 너무 비슷해 정말 슬펐다”고 소감을 남겼다. ‘FUNNYCATS’는 “대기업과 한국 현대사가 얽힌 민감한 문제들을 지금의 시대관과 상식에 맞게 풀어 달라”고 당부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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