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그를 ‘일본의 월트 디즈니’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그를 ‘애니메이션계의 구로사와 아키라’라고 말하고 싶다.”
미야자키 하야오(64). 그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애니메이터들의 우상이자 신화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이웃집 토토로’ 등 그의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의 ‘고전’이 됐다. 2년 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마침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최고상인 금곰상을 수상함으로써 그는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전문가 헬렌 매카시가 쓴 이 책은 미야자키의 성장 과정, 스튜디오 지브리의 설립 과정, 그리고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평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매카시는 미야자키와 그의 작품 세계를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냉정히 평가했다기보다는 ‘열혈팬’의 시각에서 그와 그의 작품의 내용과 의미를 열심히 ‘전도’하는 쪽에 가깝다.
명문 가쿠슈인(學習院)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미야자키는 졸업 후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의 그림을 채워 넣는 동화(動(화,획)) 애니메이터로 출발했다. 이처럼 ‘현장’에서 시작했기에 그는 지금도 애니메이션 공정 도중 잘못된 장면의 수정 작업을 직접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 될 수 있었다. 이미 수없이 그의 작품을 보았을 마니아들에게는, 인간의 탐욕을 비판하고 환경친화적인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분석 이나 자세한 줄거리 및 등장인물의 성격까지 설명한 책의 내용이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마니아들이라면 미야자키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전투기 ‘지브리’를 따서 스튜디오 이름을 지었다거나, ‘미래 소년 코난’부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붉은 돼지’까지 그의 작품에 빈번히 등장하는 비행기와 증기기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언급한 저자의 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그의 큰아버지가 비행기회사의 주인이었으며, 이런 사실이 그의 작품 속의 비행(飛行)과 창공의 이미지와 연결된다는 것까지 지적해 낼지 모른다.
하지만 마니아가 아닌 애니메이션에 초보적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에게 이 책은 미야자키를 이해하고 그의 대표작들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제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내가 ‘이웃집 토토로’를 처음 접했을 때처럼 하는 것이다. 미야자키 작품이 상영되는 극장에 가거나 그의 작품을 비디오 가게에서 빌린 뒤 조용히 앉아 마법이 시작되기를 기다려라.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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