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창세기에 따르면 빛은 조물주의 첫 발명품이다. 이 책은 그 발명품과 그것이 야기한 다양한 현상을 박학다식하게 풀어낸다.
빛의 정체는 무엇인가. 빛은 에너지이다. 에너지는 물의 흐름 같은 연속적 흐름이 아니라 양자라는 작은 덩어리의 다발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빛은 입자다. 입자라면 직진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빛은 음파처럼 휘기도 하고 연못의 잔물결처럼 띠 모양의 간섭무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빛은 전자기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입자이면서 파동일 수 있는가. 이 대목에서 저자는 ‘아인슈타인도 이를 끝내 수용하지 못했다’며 슬쩍 꼬리를 내린다. 아마도 빛은 파장과 입자의 형태를 번갈아 띠면서 이동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양자가 됐건 전자기파가 됐건 빛은 속도의 챔피언이다. 진공상태에서 초속 30만km로 달린다. 1년에 약 9조4600억km(1광년)의 거리를 가는 셈이다.
빛은 생명을 빚어내는 마술사이기도 하다. 햇빛은 수증기를 만들어 대기를 형성하고, 이를 통한 암석의 풍화작용을 통해 염류가 녹은 바닷물을 만들어냈다. 이 바다에서 생명이 탄생했고, 햇빛은 다시 광합성을 통해 그 생명이 일용하는 양식을 제공한다.
빛은 가장 많은 정보의 원천이기도 하다. 사람의 오감 중 빛을 통해 정보를 인식하는 시각은 가장 많은 정보처리량을 자랑한다. 시각의 정보처리량은 청각의 10배다.
어쩌면 이 책도 빛이라는 매체를 통해 수많은 과학적 정보를 전달하려고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빛을 바늘 삼아 우주와 지구, 생명의 탄생은 물론 생물과 인체의 비밀을 꿰매고, 빛을 실 삼아 아르키메데스에서 하이젠베르크까지의 과학사를 일이관지(一以貫之)로 묶어낸다. 다른 한편으론 미술과 조명의 역사에서 레이저와 광통신까지 빛을 소재로 한 인류의 발명품으로 박물관을 짓고, 마지막으로는 빛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별들의 고향을 찾아 먼 우주항해에 나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빛을 소재로 한 과학인문서의 성격과 빛에 대한 백과사전의 성격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이 중에서 뇌 속에 밝음과 어둠을 감지하는 송과샘이라는 ‘제3의 눈’에 대한 정보는 실생활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송과샘이 어둠에 반응해 분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한때 숙면을 돕는 호르몬으로 여겨졌지만 이는 위약(僞藥)효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밝힌다. 최근에는 남녀의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멜라토닌의 기능이 더 주목받고 있다. ‘빛은 정욕의 적’이라 했던 셰익스피어의 시구(詩句)와는 반대로 빛은 정욕의 든든한 원군인 셈이다. 송과샘은 빛과 어둠을 통해 낮과 밤의 주기를 감지하게 하고 24시간 단위의 생체리듬을 만들어낸다. 빛을 많이 쐬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데 이것도 멜라토닌의 분비와 밀접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월요병’도 주말에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자면서 멜라토닌의 분비가 늘어나는 것과 연관지을 수 있다.
이를 진작에 알았던 것일까, 뉴턴의 광학이론에 맞서 쓴 ‘색채론’을 평생 최고의 작품으로 생각했다던 괴테는 죽는 순간 이런 말을 남겼다. “좀 더 많은 빛을….”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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