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피부에 흰 옷을 입은 중년 여인이 은으로 세공된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너무 아름다워 주변에서 광채가 나더라고요. 장신구가 단순히 몸을 장식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품격을 나타내주는 몸의 일부임을 그때 느꼈습니다.”
그가 전통 장신구에 매료된 것은 미학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혼이 담긴 물건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씨는 아름다운 장신구를 오래 보고 있으면 그것을 만든 사람이나 착용한 사람, 그리고 바라보는 자신의 영혼까지 한데 어우러져 시공을 초월한 어떤 절대감 같은 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수집한 장신구들을 닦고 만지고 바라보면서 마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으로 밤을 새운 것도 여러 번이었다.
좋은 장신구를 만나는 일이라면 먼지가 풀풀 날려 잠시만 앉아 있어도 목이 따끔거리는 골동품 가게, 무릎까지 빠지는 진흙탕 시장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는 팔찌가 너무 아름다워 손목을 잡아 보려다 소매치기로 오해받아 매를 맞을 뻔한 일도 있다. 귀한 목걸이가 장터에 나왔다는 소리에 내전이 진행 중인 나라에 ‘잠입’한 적도 있다. 이렇게 모은 것이 3000여점.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장신구 박물관(02-730-1610)’을 세워 이 장신구들을 전시함으로써 평생의 꿈을 이뤘다. 에티오피아의 십자가, 엘도라도의 전설을 보여주는 남미의 금 장신구 등 다양한 전시품이 눈길을 모은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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