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미전(2∼12일)이 열리는 전시장에는 방 2개가 마련되어 있다. 책상만 덩그러니 두 개가 놓여있는 첫 번째 방에 들어서면 스피커에서 중년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작가와 인터뷰하고 있는 실제 아버지의 목소리다. 벽에는 아버지가 딸에게 쓴 편지 등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옆은 카운슬링 방이다. 책상에 필기도구와 마이크가 있다. 관람객들은 첫 번째 방에서 보고 들은 느낌을 이 방에서 적거나 말할 수 있다. 감상기일 수도 있고 관람객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남기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작가는 이를 모아 전시장 입구에 전시할 예정이다.
작가는 전시도록에서 ‘아버지는 가족 내 유일한 60대 최고 연장자이지만 특별보호대상 1순위다. 인생의 황혼기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경비’라는 직분을 어렵게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식구들로부터 ‘그만 쉬시지요’라는 말조차 듣지 못한다’며 아버지에 대한 소회를 적었다.
15∼21일 열리는 김정은전도 외환위기때 명예퇴직을 한 뒤 경비일을 거쳐 지금은 정수기를 파는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전시다. 아버지를 광고 모델로 한 포스터와 신문광고를 벽에 붙이고 아버지의 일상을 30초짜리 영상으로 만들어 전시한다.
작가는 “노인대책이 전무한 현실에서 자식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내 아버지를 모델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유영호씨는 “이번 전시는 작가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대화하며 끄집어 낸 60대 남자들의 오늘을 사는 이야기”라며 “이와 함께 미술이 담을 수 있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02-725-952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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