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었지…” 7080의 기쁜 우리 젊은날

  • 입력 2004년 7월 5일 17시 35분


70∼80년대 유행했던 가요를 통해 중장년 세대의 향수와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창작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위)와 ‘달고나’. 사진제공 서울뮤지컬컴퍼니 PMC프로덕션
70∼80년대 유행했던 가요를 통해 중장년 세대의 향수와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창작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위)와 ‘달고나’. 사진제공 서울뮤지컬컴퍼니 PMC프로덕션
4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로비. 주말 내내 이어지는 비를 뚫고 창작뮤지컬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기 위해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젊은 세대와 더불어 30, 40대 이상 관객들이 많았다. 특히 중장년 남성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 뮤지컬을 제작한 서울뮤지컬컴퍼니의 김용현 대표는 “보통 뮤지컬의 주 관객은 20대, 그 중에서도 여성들인데 이번 공연의 인터넷 예매상황을 보면 40대가 전체의 64.4%를 차지했고, 그 중에서도 남자들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제목의 영화를 소재로 만든 이 작품은 송골매의 ‘세상만사’, 김수철의 ‘나도야 간다’, 빌리지 피플의 ‘YMCA’ 등의 노래를 타임머신 삼아 관객들을 80년대로 데려간다.

요즘 대학로 아룽구지 소극장에서 마무리 연습중인 PMC프로덕션의 ‘달고나’도 7080세대의 집단적 향수와 공감대를 일깨워주는 가요를 활용한 뮤지컬이다. 추억의 군것질거리에서 이름을 따온 ‘달고나’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작가 오은희씨와 ‘남자충동’의 연출가 조광화씨가 의기투합해 첫선을 보이는 창작뮤지컬. 이웃에 살던 세우와 지희의 첫 사랑 드라마에 ‘나의 작은 꿈’ ‘행복을 주는 사람’ ‘은하철도 999’ 등 그 시절 사랑받았던 노래들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1일 연습장에서 만난 작가 오씨는 7080뮤지컬의 등장에 대해 “이전과 달리 7080세대는 경제적 성장기를 거치며 문화적 혜택을 받고 자랐다”며 “이들은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조광화씨도 “집에 가도 생각이 나고 괜히 오랜 친구한테 전화 한 통 걸게 하는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뮤지컬은 당시 유행가들뿐 아니라 하얀 칼라의 교복, 남녀만남의 장이 되었던 학교축제, 극장에서 틀어주던 애국가, 통기타와 대학 MT까지 다양한 삽화가 등장해 마치 7080시절의 ‘추억 종합선물세트’를 떠올리게 한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골목길’ ‘토요일은 밤이 좋아’ 등의 노래들은 두 작품에 ‘동시 출연’하는 만큼 두 뮤지컬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극장을 찾는 젊은 관객들은 지난 시대에 대한 호기심에, 중장년 관객들은 추억 쪽에 무게중심이 쏠릴 듯하다. ‘행진!∼’이 들국화의 ‘행진’을 끝으로 막을 내리자 20대뿐 아니라 처음 쭈뼛쭈뼛하던 중장년층 관객들까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보냈다. 한 중년부부는 극장 문을 나서며 “정말 재밌었지?” “나도 지난 시절 노래를 들으니 젊은 시절이 떠올라 감회가 깊었어”라며 대화를 나눴다.

그런 점에서 이 날의 갈채는 배우들에게 보내는 환호이자, 중년 세대에겐 자신들의 ‘기쁜 우리 젊은 날’에 바치는 박수처럼 느껴졌다. ‘행진!∼’의 연출자 이원종씨는 “세상엔 꿈을 이룬 사람보다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더 많지 않겠는가. 이 뮤지컬은 꿈을 실현하지 못한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7080세대는 이 뮤지컬들을 통해 순수했던 시절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듯 하다. “때론 추억도 힘이 된다.”

‘와이키키…’와 ‘달고나’ 공연 구경오세요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11일까지 평일 7시반 토일4시 7시반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3만5000∼9만원뮤지션을 꿈꾸던 세 고교동창의 삶을 통해 80년대의 낭만과 열정을 만난다. 이정열 김선영 추상록씨 출연. 02-3141-1345
달고나11일∼8월8일 화∼목 8시 금토 4시반 8시 일 4시반대학로 아룽구지 소극장. 2만5000∼3만5000원80년대를 무대로 ‘달고나’처럼 달콤하고 쌉사름한 첫사랑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 이계창 임선애씨 출연. 02-739-8288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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