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km대장정 열흘째 맞은 대학생 국토순례단

  • 입력 2004년 7월 5일 19시 14분


대학생 국토순례단인 대한민국문화원정대에 참가한 유하나(왼쪽), 강재진씨.-삼척=김성규기자
대학생 국토순례단인 대한민국문화원정대에 참가한 유하나(왼쪽), 강재진씨.-삼척=김성규기자
“내 땅, 내 나라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낀다.”

㈜엔씨소프트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 대학생 국토순례단 ‘대한민국문화원정대’가 5일 강원 삼척에 도착했다. 지난달 26일 포항 호미곶을 출발해 많게는 하루 10시간 평균 27.2km씩 걸어 전체 850km 중 244.6km를 주파한 것.

‘대한민국문화원정대’에 자원한 대학생은 모두 148명. 행군 이후 첫 휴식일이었던 4일 삼척시에 조금 못 미친 곳에 있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친 이들은 전날부터 쏟아진 비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다시 행군을 시작한 5일은 무더위와의 싸움. 이들은 왜 고생을 자초하고 나섰을까.

중학교 2학년 때인 97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현재 뉴욕 호튼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유하나씨(23)는 “조국을 더 알고 싶어서 원정대에 자원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데 별로 아는 게 없어 창피했어요. 내 조국 산하를 발로 걸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싶어요. 그동안 부모님으로부터 도움만 받아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지내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유씨는 여학생 64명을 이끄는 대표를 맡고 있다. 이왕 하는 고생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서다.

“잠이 부족한 것 말고는 견딜 만해요. 어제는 오전 8시부터 저녁까지 10시간 넘게 걸었는데 걷다가 졸기도 했어요.”

청주대 정보통신공학부 3학년인 강재진씨(25)의 참가 동기는 특이하다. 인터넷 게임 중독을 이겨내기 위해서다. 김씨는 2002년에 군에서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온라인 게임 ‘리니지2’에 빠져 들었다.

“한마디로 게임에 미쳤어요. 저녁부터 새벽까지 게임을 했을 정도니까요. 생활은 엉망이 됐고, 그야말로 ‘인터넷 폐인’이 됐었죠.”

강씨는 “국토순례를 통해 고된 생활 속에서도 서로를 돕는 끈끈한 인간관계를 새삼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얻는 인간관계는 피상적이라는 것.

유씨와 강씨는 “처음에는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젠 완주를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원정대는 동해안도로를 타고 11일 강원 고성까지 올라간 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30일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삼척=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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