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委 결정 왜 환영했나” 상이군경회, 민노당사 난입

  • 입력 2004년 7월 6일 18시 54분


대한상이군경회 회원 30여명이 6일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 중앙당사에 난입해 남파간첩 및 빨치산 출신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민주화운동 인정’ 결정을 민노당이 환영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상이군경회원들은 이날 오후 1시20분경 군복과 군화 차림으로 민노당사에 들어와 1시간 동안 “빨갱이들은 죽어야 한다.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겠다”며 공포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걸상을 집어던지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는가 하면 당직자들에게 발길질을 하기도 했다.

장을섭 서울시지부 지도부장 등 상이군경회 회원들은 의문사진상규명위 방침에 대한 각 당의 반응을 기사화한 일부 신문 복사본을 들고 와 당직자들에게 보여주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모두 반대했는데 민노당만 찬성했다. 대한민국이 이들을 간첩이라고 해서 잡아넣었는데 이제 와서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하면, 우리는 모두 사형감이란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노당 김창현(金昌鉉) 사무총장은 “여러분들처럼 국가에 헌신하신 분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종교와 사상의 자유가 있는데도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을 이제 국가가 인정했다는 것에 대해 평가한 것”이라며 “우리가 ‘환영’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신문이 왜곡했다”고 설득해 가까스로 돌려보냈다.

민노당은 의문사위 결정이 나온 직후인 1일 김배곤 부대변인을 통해 “환영한다”는 구두 논평을 냈으며, 5일 공식 논평을 통해서도 “사상의 다양성과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노당측은 상이군경회원들이 돌아간 뒤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오늘의 폭력사태에도 불구하고 의문사진상규명위의 결정과 관련해 민노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사상을 강제로 바꾸기 위해 고문 타살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의문사진상규명위의 결정은 대단히 의미 있다”고 밝혔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상이군경회 회원 30여명이 6일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사에 난입했다. 이들은 남파간첩 등에 대한 민주화운동 인정 결정에 대해 민노당이 환영 논평을 낸 데 항의하며 소화기를 뿌리는 등 1시간여 동안 소란을 피웠다.-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