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화 99% 日넘어가… 환수운동 기폭제 되길”

  • 입력 2004년 7월 6일 19시 11분


일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급 도자기 58점을 20여년에 걸쳐 수집한 뒤 이를 익명으로 문화재 운동단체에 기증해 화제를 모았던 화가 강모씨(71)가 6일 민간문화재 운동단체인 ‘문화정책개발연합’(위원장 박동·朴東)에 또다시 11점의 도자기를 기증했다.

이번에 기증한 11점 중에는 고려청자 철화무늬 장구, 자기 전체를 철사유약에 담가 붉은 빛이 도는 고려 총철사(總鐵砂) 정병(淨甁), 청자 음각 연꽃당초무늬 베개 등 희귀 도자기들이 포함돼 있다. 고려청자 철화무늬 장구는 최근 ‘TV쇼 진품명품’에서 역대 최고 감정가 12억원을 기록했던 고려청자 장구와 유사한 종류. 이 밖에 손잡이 두 개를 양손으로 잡아야 하는 분청 싸리무늬 양이(兩耳) 항아리, 수(壽) 복(福) 문양이 새겨진 청화백자 수복문 주전자 등 분청사기와 조선백자도 들어 있다.

한국에서 미대를 졸업한 뒤 197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 작품활동을 해온 강씨는 자신의 작품을 팔 때마다 그 대가로 한국의 도자기만을 고집하며 고려청자, 분청사기, 조선백자 등 58점을 수집했다. 이를 2000년 문화정책개발연합의 전신인 한걸음광장에 기증했고(본보 2000년 2월 23일자 A14면 보도), 이번에 이후 4년여간 수집한 11점을 추가 기증한 것이다.

문화정책개발연합측은 “강씨가 고가의 도자기를 익명으로 기증한 것은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운동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전했다. 강씨의 기증을 발판삼아 문화정책개발연합은 대대적인 해외유출 문화재 환수 시민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 단체의 어우경 사무총장은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고려 불화의 99%가 일본에 있는 현실을 우리 국민 대다수가 모르고 있다”며 “17대 국회에서 해외유출 문화재 환수 특별법 제정을 위한 입법부 협의체를 구성하는 운동부터 펼치겠다”고 밝혔다.

박동 위원장은 “이집트는 프랑스와 영국 지식인들의 문화적 양심에 호소해 루브르와 대영박물관에 소장한 이집트 유물의 상당수를 돌려받았다”며 “한국도 해외유출 문화재를 위한 특별박물관을 설립해 해당 문화재 환수 때까지 전시공간을 비워두는 식으로 각국의 문화 양심에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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