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여름특집]현장에서/ ‘바캉스 스트레스’

  • 입력 2004년 7월 7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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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 양모씨(45).

그는 지난달 말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직장을 옮기면서 보름 남짓 쉴 틈이 생기자 아내와 이른 바캉스를 즐기려 했던 것.

“별로였어요. 계획도 치밀하게 짰고 돈도 많이 들였는데…. 실망이 크다 보니 스트레스만 쌓였네요.”

‘바캉스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바캉스(Vacance)는 휴가를 뜻하는 프랑스어. 이 단어가 정반대 성격인 스트레스와 나란히 쓰이고 있다.

사회 전체가 바캉스에 몰두한 탓이다. 상반기 저축액 대부분을 여름 휴가비로 쓰는가 하면 색다른 여행지를 찾아 하루 종일 인터넷을 뒤지기도 한다. ‘1년에 1번뿐’이라는 강박관념이 바캉스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킨다.

여행사와 바캉스용품 공급업체가 스트레스를 부추기기도 한다.

여행 관련 업체들은 상품 가격을 내리고 선택 품목도 늘린다. 경쟁업체와의 차별화에 사활을 걸고 소비자 선택을 종용한다.

그뿐이다. 소비자의 ‘즐거운 휴식’은 애초 업체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여행사 가이드 생활 20년째인 엄모씨(45)의 고백을 들어보자. “10일 동안 유럽 6개국을 방문하는 상품까지 나왔어요. 업체들이 무리수를 두며 고객을 끌지만 하루에 버스를 7∼8시간 타면 언제 관광합니까. 이런 식으론 소비자 불만만 커져요.”

휴가용품 공급업체도 바캉스 스트레스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 업체는 싸구려 아이디어 상품으로 터질 듯 부푼 소비자 기대감을 자극한다. 알짜 상품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바캉스 스트레스를 벗어던질 방법이 있다.

평소에 잘 놀면 된다. 이달부터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 셈. 매주 바캉스를 떠나는 거다. 멀리 갈 필요도, 비싼 돈을 들일 이유도 없다. 한적한 시골길을 아내와 걸어보자. 토요일 저녁 야영장을 찾아 텐트를 치고 아이와 함께 자보자. 바캉스 스트레스가 끼어들 틈이 없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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