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漢혼용 동화책 잘나간다

  • 입력 2004년 7월 12일 18시 04분


“사람들은 이 眞理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너는 絶對로 잊어버리면 안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넌 永遠히 責任을 져야 해….” (‘어린왕자’ 중)

“개미야, 내 걱정은 그만 해. 나는 이 世上에서 음악이 第一 좋거든.” (‘이솝이야기’ 중)

1960년대 동화책? 아니다. 이 ‘한자투성이’의 책은 모두 최근 출간된 어린이 동화책들이다. ‘아이들이 보는 책에는 한자가 없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책 본문에 한글 발음도 달지 않고 한자를 섞은 것.

교보문고 어린이 책 매장을 담당하는 이미경 과장은 “한자 혼용 ‘이솝이야기’의 경우 지난주부터 서가에 진열됐는데 입소문만으로 하루 평균 15권가량 팔려 나갈 만큼 독자 반응이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한자 혼용 동화책은 ‘이솝이야기’ ‘탈무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왕자’ 등 4권. 모두 ‘한자로 다시 읽는 명작’(큰나) 시리즈에 속해 있다. 4권의 책은 책 읽을 아이의 나이에 따라 수록된 한자 수준이 다르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용인 ‘이솝이야기’는 한자검정시험 기준 7급용 한자를, 초등학교 고학년을 겨냥한 ‘어린왕자’에는 5급 수준의 한자를 본문에 섞었다.

초등학교 3, 4학년생 자매를 두고 있는 주부 박화숙씨(38·경기 군포시)는 “한자 공부를 따로 시키는 것보다 문맥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매일 ‘탈무드’를 한 편씩 읽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자 혼용 동화책의 등장과 인기는 만화 ‘마법천자문’ 등 어린이를 겨냥한 한자 학습서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는 최근 중국경제권의 성장으로 한자와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일찍부터 한자를 가르치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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