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북한은 프랑스 와인인 샤토 라투르 1980년산을 내놓았다. 샤토 라투르는 프랑스 보르도 메도크 지방의 5개 1등급 와인 가운데 하나로 최고의 레드 와인으로 꼽힌다. 북측은 여기에 오스트리아의 명품 와인 잔인 리델 글라스와 오래된 와인을 공기와 접촉시켜 맛을 좋게 하는 디캔터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 세계의 이목이 쏠린 것을 의식한 듯 격식을 최대한 갖춘 것이다.
남쪽에서 준비한 와인은 국산 라세느 샴페인과 마주앙 모젤 화이트 97년산이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선 “정상회담에서 국산 와인을 쓰는 게 관례”라는 의견과 “너무 소박했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어쨌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자신이 와인 애호가라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는데, 최근 외신에 따르면 그는 개인 와인 저장고에 1만병의 와인을 쌓아놓고 있다고 한다. 취임 당시에는 프랑스 와인 6만6000여병을 주문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 국빈 만찬용 와인으로 쓰이는 마주앙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77년에 개발됐다. 당시 OB맥주에서 와인을 처음 양조한 후 청와대로 가져갔는데 박 대통령 자신이 와인에 대해 별로 자신이 없어서인지 천주교측에 평가를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주앙은 이후 국내에서 공식 미사주로 쓰이고 있다.
두산에 따르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폭탄주 스타일이어서 와인과 거리가 멀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공식 자리에서 “어제 저녁에 마주앙 스페셜을 몇 병 마셨다”는 식으로 마치 상품 광고하듯 얘기를 해 주변을 당황하게 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나 측근들과 종종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생전에 몽라셰 같은 프랑스 부르고뉴산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을 즐겨 마셨다. 리츠 호텔의 수석 소믈리에를 지낸 장 미셸 들뤼크는 미국 비즈니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녀는 매우 품질 좋은 화이트 와인을 한 잔 정도만 마셨으며 레드 와인은 마시지 않았다”고 밝혔다.
워싱턴 정가에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이후 캘리포니아 와인이 득세하고 있다. 조던 와이너리와 게이서 픽의 와인이 백악관 공식 행사에 등장한다고 한다.
최근 고려대에서 100주년 기념주로 선택해 화제가 됐던 샤토 라 카르도네는 73년 프랑스 와인 명가인 라피트 로칠드가 구입해 소유하고 있다. 이 레드 와인은 메를로 58%, 카베르네 소비뇽 34%, 카베르네 프랑 8%로 이뤄졌으며 약간 묵직하며 매끄러운 질감을 가졌다고.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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