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 잘라 피리 만들기
남해고속도로 곤양 나들목에서 빠져 우회전한 후 다솔사 방향으로 1km 정도 들어서면 5만여 평의 대나무숲이 펼쳐진다. 이곳은 담양처럼 잘 다듬어져 있지는 않다. 대나무 수액을 받기 위해 대를 잘라 누워 있는 대도 간간이 보인다. 정돈되지 않은 대나무숲은 오히려 원시림에 들어선 듯 정감을 준다. 바람에 실려 오는 대나무 향기가 상큼하다.
시원한 대나무숲 속의 산책도 좋지만 색다른 체험 프로그램이 방문객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올 여름방학 처음 선보이는 대나무피리 만들기 체험이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
손가락 굵기의 대나무를 잘라 구멍을 낸 후 두 개를 이어붙이면 소리가 난다. 제대로 만들면 한옥타브 정도의 소리는 충분히 낼 수 있다. 만드는 시간은 1시간 정도.
대나무피리를 만들다 보면 관악기의 원리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대나무피리는 길이와 굵기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굵을수록 낮은 음을 내고 짧을수록 높은 음을 낸다. 이처럼 제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 피리를 만들어 다같이 연주를 하다 보면 저마다 개성 있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만든 피리는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 숲 속의 보물, 달걀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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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특이한 체험은 1500평에 이르는 대나무숲 속에서 달걀을 줍는 것. 숲속에 2000여 마리의 닭을 풀어 키우는데 제멋대로 뛰어놀면서 군데군데 낳아놓은 달걀을 찾아내는 일은 보물찾기처럼 재미있다. 사람이 숲에 들어서면 닭들이 동시에 아우성을 치는데 여느 곳에서 듣는 것과는 사뭇 다른 소리다. 이곳 주인은 닭들이 그날 낳은 달걀만을 남겨둔다.
이곳의 달걀은 모두 유정란이다. 생명이 태어나기 위한 조건을 갖춘 달걀로 무정란에 비해 맛도 고소하고 영양면에서도 뛰어나다. 주운 달걀에 행여 닭똥이 묻었다고 해서 물로 씻는 것은 금물. 계란 껍데기는 숨을 쉬기 때문에 물이 스며들면 달걀의 온전한 맛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물론 달걀을 제대로 줍지 못했더라도 섭섭해 하지 말 것. 체험이 끝나면 참가자 모두에게 유정란 한 줄(10개)을 선물로 나눠준다.
달걀 줍기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평일의 경우 최소한 10명 이상 참가해야 가능하다. 다만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개별적으로 방문해도 체험할 수 있다.
○ 대나무 숯가마에서 이열치열
닭들에게 대숲 주변에서 풀을 뜯어 모이를 주는 것도 계란 줍기만큼 재미나다. 이곳 닭들은 스스로 풀을 뜯어먹는 것보다 사람이 뜯어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풀을 뜯어 내밀고 있으면 숲 속 곳곳에 숨어 있던 닭들이 어디선가 하나둘 몰려와 옴딱거리며 풀을 톡톡 쪼아 먹는다. 사람에 익숙해진 닭들은 사람이 오면 먹이를 달라고 졸졸 따라다닌다. 사람이 갑자기 일어서거나 큰 소리를 내면 닭이 겁먹고 도망치므로 조용하게 풀을 내밀어야 한다.
대숲에 닭을 키우는 곳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만 대밭고을 전역에도 닭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닭들의 천국’이다.
대숲 주변은 바닷가. 요즘 흔치 않은, 노를 저어 움직이는 나룻배를 탈 수도 있다. 한번에 탈 수 있는 인원은 5, 6명. 시끄러운 모터보트와는 달리 조용히 노 젓는 소리를 들으며 출렁거리는 바닷물을 천천히 헤쳐 나가는 맛이 색다르다. 물때에 맞춰 나룻배를 타고 건너편 무인도로 들어가면 개펄체험도 할 수 있다.
대밭고을에서는 대나무숯을 만드는 황토가마에서 찜질도 할 수 있다. 이열치열이라고 했나. 한여름 뜨거운 대나무숯가마에서 땀을 쭉 빼고 난 다음 대나무마루에 누워 대나무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 보자. 대나무에서 정기를 받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055-852-8250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1박 2일 떠나볼까▼
1.대밭고을 도착→대나무피리 만들기(3000원)→숙박(1박3식 2만5000원)
2.대나무숲 산책하기→뗏목 타고 무인도 탐사하기(7000원)
3.대나무숲에서 유정란 줍기(3000원)→대숲 닭 모이주기
4.대나무숯가마 찜질(1박2일 체험자 무료)→대나무 체조→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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