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연예인들 “살 21㎏ 불리기보다 일어가 더 어려웠다”

  • 입력 2004년 7월 15일 18시 27분


“살을 21kg 찌우는 것보다 일본어가 더 어려웠어요.”

일본에서 영화 ‘역도산’을 촬영한 배우 설경구의 말이다. 한류(韓流) 열풍과 국제화로 한국 연예인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연예인들 사이에 외국어 익히기 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 중에는 영화배우 박중훈처럼 꾸준히 준비해온 장기노력형이 있는 한편 기획사의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외국어를 단기간에 익히는 속성파도 있다.

○ 박중훈 미국영화서도 언어장벽 없어

영화배우 박중훈은 1989년 영어 공부를 시작한 뒤 15년간 투자를 해왔다. 개인교사에게 따로 과외를 받기보다 어학원을 이용했다. 외국어를 배운 이유는 미국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었기 때문. 91년부터 2년간 미국 뉴욕대 대학원에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의 영어 실력은 SBS 드라마 ‘머나먼 쏭바강’(1993년)과 할리우드 영화 ‘찰리의 진실’(2002년)에서 빛을 발했다.

이제는 미국 영화 세트장에서도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다. 박중훈은 “언어는 두려움이 없어야 잘 할 수 있고 모국어를 잘 하는 이가 외국어도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이제는 배우에게 외국어 구사능력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 설경구 노래방가서도 일본 노래만

영화배우 설경구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영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스치다 마키에게서 일본어를 배웠다. 올 3월부터는 국내 영화잡지의 일본 주재 통신원으로 일했던 재일교포 3세 윤수민씨에게서 개인 교습을 받았다. 설경구는 영화 관계자에게 일본어를 배우면 영화를 더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는 감정을 언어로 전달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언어가 중요하다”며 “가타카나 히라가나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빠른 시간 안에 배우려고 하다보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노래방에서도 일본어 노래를 불렀고 상대 여배우 나카타니 미키에게 발음 교정을 받았다.

중국과 일본 진출에 나선 가수들에게도 외국어는 넘어야 할 산이다.

○ 보아 NHK 아나운서와 숙식하며 배워

가수 보아가 데뷔 이전 일본으로 건너가 NHK 여성 아나운서의 집에서 숙식하며 일본어를 배웠다는 얘기는 잘 알려진 일화. 보아는 “아나운서와 가족처럼 지내면서 일본어를 습득한 덕분에 음악프로그램과 토크쇼를 접목시키는 일본 TV에서 무리 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동방신기 서로 대화할땐 일어로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5인조 남성그룹 ‘동방신기’도 요즘 일본어와 중국어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1주일에 한두 번 개인교사를 초청해 일본어와 중국어 회화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은 평소 숙소에 함께 있을 때나 차로 이동하는 도중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는 규칙을 만들어 서로를 자극하고 있다.

○ 이수영 하루 2시간반씩 일어 공부

지난달 말 일본에서 첫 싱글을 발표한 가수 이수영은 지난해 9월부터 일본 유학생 출신의 30대 여성과 같이 다니며 일본어를 익히고 있다.

현재는 일본어로 농담도 할 수 있는 수준. 그는 “원래 외국어 배우는 것을 좋아해 즐겁게 익히고 있다”며 “발음보다 듣는 것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SM 엔터테인먼트 김경욱 대표는 “연예인은 발음이 중요하기 때문에 발음교정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며 “앞으로는 중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에 소속 연예인들에게 중국어를 필수로 익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국내 연예인들의 해외 진출로 연예인들이 외국어 배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개인교습에다 합숙훈련도 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설경구, 이수영, 박중훈, 그룹 ‘동방신기’.-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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