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학씨 “윤동주詩 ‘별 헤는 밤’ 마지막 聯은 빼야”

  • 입력 2004년 7월 15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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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마지막 10연을 제외하고 9연으로 끝나야 합니다.”

현직 고교 국어교사인 홍장학씨(51·서울 동성고)가 5년간의 연구 끝에 일제강점기의 저항시인 윤동주(1917∼1945)의 육필 원고를 토대로 어구와 어휘 등을 수정한 ‘정본 윤동주 전집’과 원전 연구서인 ‘정본 윤동주 전집 원전 연구’를 펴냈다(문학과지성사).

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별 헤는 밤’의 마지막 연(10연)에 대한 그의 주장. 지금까지 알려진 마지막 연은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이다. 그러나 윤동주가 처음 완성한 ‘별 헤는 밤’의 원고에는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9연)에서 끝난다는 것.

이 같은 차이는 윤동주가 지기(知己)인 고 정병욱 서울대 교수(1922∼1982)에게 준 넉 줄의 메모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서 기인한다. 정 교수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1941년 윤동주의 시를 읽은 정 교수가 “끝이 좀 허한 느낌이 든다”는 의견을 말했고 윤동주는 며칠 후 원고를 정리해 정 교수에게 넘겨주면서 그때 의견을 언급하며 넉 줄을 더 적어 넣어주었다는 사실이다. 후에 윤동주의 유가족과 함께 유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펴낸 정 교수는 이 메모를 윤동주가 자신의 충고를 참고해 시를 수정해서 가지고 온 것으로 판단해 시 뒷부분에 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홍씨는 주장했다.

그러나 홍씨는 “그 메모는 윤동주가 시에 대한 설명 차원에서 정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준 것이었을 뿐 시 자체를 수정한 것은 아닌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윤동주는 시를 완성하면 대개의 경우 완성일자를 분명히 밝혔으며 나중에 이를 퇴고할 경우 예외없이 완성일자를 지우고 내용의 맨 뒤에 수정된 새 날짜를 적을만큼 꼼꼼하고 정확했는데, 유일하게 ‘별 헤는 밤’에는 그런 수정 작업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육필원고와 퇴고 부분의 필체를 대조한 끝에 연필로 퇴고된 부분은 윤동주의 필체가 아니라 정 교수의 필체임을 밝혀내고 이번 전집에서 원래대로 사투리 등 현장어를 그대로 수록했다. 이에 따라 ‘알롱알롱 무지개’는 ‘알롱달롱 무지개’로(‘햇비’), ‘알 듯 모를 듯한 데로 거닐고저!’는 ‘알 듯 모를 듯 한데로 거닐과저!’(‘곡간’)로 고치는 등 시 20여편의 연과 행갈이를 수정하는 등 전체 570여곳을 수정했다.

홍씨는 서강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서강대에서 ‘윤동주 시 다시 읽기’로 석사학위를 받는 등 윤동주를 연구해왔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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