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데이트]<2>배두나 ‘선데이 서울’로 연극무대 데뷔

  • 입력 2004년 7월 16일 18시 25분


‘선데이 서울’의 제작과 주연을 맡아 15일 연극무대에 데뷔한 배두나. 어릴 때부터 ‘연극배우 엄마’를 따라다니며 연극에 대한 동경과 사랑을 키워온 그는 “카메라 앞에선 이상하게 두려울 게 없는데 아직 사람들 앞에선 어색하다”고 말한다.-김미옥기자
‘선데이 서울’의 제작과 주연을 맡아 15일 연극무대에 데뷔한 배두나. 어릴 때부터 ‘연극배우 엄마’를 따라다니며 연극에 대한 동경과 사랑을 키워온 그는 “카메라 앞에선 이상하게 두려울 게 없는데 아직 사람들 앞에선 어색하다”고 말한다.-김미옥기자
연극 ‘선데이 서울’(연출 박근형)의 개막을 이틀 앞둔 13일 밤 서울 동숭동 정미소 극장. 그곳에서 만난 배두나(25)에게선 TV와 영화를 통해 보여준 엽기발랄 이미지는 통 찾아보기 힘들었다. 극중 역할인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옌볜처녀 정자에 푹 빠진 듯 보였다.

“100% 그 사람이 될 때만 연기가 나온다”는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무대 데뷔를 앞둔 그의 온몸에서 연기를 대하는 진심, 팽팽한 긴장감이 전해졌다. 어머니 김화영씨(연극배우)는 “욕심은 있는데 첫 무대라 생각대로 안 되고…데뷔 이후 최고로 힘들고 괴로운 시간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15일 첫 공연을 마친 직후 그의 목소리는 한 옥타브쯤 높아져 있었다.

“무사히 잘 끝났어요. 처음 10분은 너무 떨었지만 나중엔 관객들 얼굴도 보이던데요. 통로까지 꽉 차서 기분이 참 좋았어요. 같이 출연한 선배가 ‘공연 전엔 죽으러 가는 듯한 표정이더니 끝나고 나선 아주 좋아서 죽는구나’라고 놀렸어요.”

‘선데이 서울’은 그가 제작비를 대고 처음 출연하는 연극이다. 데뷔 후 5년 동안 TV와 ‘플란다스의 개’(봉준호 감독)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 감독)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감독) 등 8편의 영화에서 개성적 캐릭터를 보여준 그는 이제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

● 분장실의 꼬마에서 무대의 주역으로

배우 엄마가 공연하는 동안 분장실에서 꼼짝 않고 기다리는 꼬마가 있었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말을 잘 안 들으면 다음엔 엄마가 공연장에 안 데려올 거 아니냐”라고 대답했다. 그 꼬마가 자라 이제 무대에 선 것이다.

“엄마 덕분에 유치원 때부터 연극을 자주 보고 접했죠. 그래서 더 연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꼭 한번은 도전하고 싶었죠. 그런데 지금은 도마에 오른 기분이에요.”

장면을 토막토막 찍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작품을 이어가는 ‘관통의 힘’을 터득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작업은 맞는데 선배들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재밌고 좋아요. 자극도 받고요. 내가 마조히스트인가….(웃음)”

이번 연극은 원래 박찬욱 감독이 준비해 두었던 영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무영 감독이 다시 대본을 써서 만들어졌다. 1970, 80년대 야한 상상력을 자극했던 주간지에서 따온 제목이지만 막상 작품은 사람 냄새가 물씬 스며있는 감성적 연극이다. “정자는 기사식당에서 일하면서 몸을 팔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순결하죠. 외로운 아저씨를 보면 잠이 안 오는, 그래서 그를 구원하는 천사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 연기도 생활도 꾸밈없이

숱한 인터뷰에 단련된 스타들은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지 계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에겐 연기도 생활도 별 꾸밈이 없다. 연출가 박근형씨는 “두나씨에겐 가식적인 모습, 연기를 위한 연기가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절 보고 담대하고 거침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예민하고 소심해요. 정자가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면 전 외강내유이랄까.”

그는 숫기가 없는 편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운 면모도 있다. 연극 연습이 끝나고 근처 중국집으로 향할 때였다. 스타들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모자나 선글라스 대신, 그는 맨얼굴에 극중 옌볜처녀의 옷차림 그대로 성큼성큼 극장을 나섰다.

● 엄마와 딸 사이

딸은 엄마를 아주 사랑하고 배우로서도 존경한다. 엄마는 딸을 깊이 사랑하고 배우로서도 아낀다. 모녀이자 배우 선후배인 두 사람은 때로 부딪친다. 엄마는 연습기간 내내 그를 지켜봤다. 집에 가면 엄마의 ‘쓴소리’가 기다렸다.

“늘 고맙지만 가끔 서운할 때도 있죠.(웃음)”(딸)

“엄마가 지켜보고 있으면 불편한 걸 알죠. 그래서 ‘엄마를 극복해라. 그래야 관객을 극복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죠.”(엄마)

배두나의 꿈과 엄마의 바람은 같다. 엔터테이너가 아닌 멋진 배우로 사는 것. 그 꿈을 향한 여정에 ‘선데이 서울’이 있고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일본 노부히로 야마시타 감독의 영화가 그를 기다린다.

8월 15일까지 평일 오후 7시반, 금토일 오후 4시반 7시반. 정미소 극장. 02-3672-6989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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