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김명석씨 라디오 중계해설 맡아

  • 입력 2004년 7월 16일 19시 16분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국내 처음으로 라디오 야구 해설자로 나선다.

시각장애 1급인 김명석씨(41·부산 장우신용협동조합 상무)는 17일 오후 6시부터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04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다른 시각장애인 2명과 함께 라디오 해설을 맡았다.

김씨는 KBS3 라디오 ‘사랑의 소리’(AM 639kHz)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라디오 야구중계’에서 유수호 캐스터의 진행에 맞춰 해설한다. 그는 1999년 코리안시리즈 개막전에서 시구를 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시구를 한 시각장애인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한 김씨가 야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76년 초등학교 6년 때. 축구나 농구와 같이 공수의 전환이 빠른 스포츠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야구는 타자와 타자 사이, 공격과 수비 사이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 경기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비교적 쉬웠다. 고교야구와 실업야구 라디오 중계는 빼놓지 않고 들었다.

그에게 야구는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야구 그라운드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왼손 투수와 오른손 투수가 세트 포지션에서 1루를 보는지 3루를 보는지도 헷갈렸어요. 그런데 집중해서 중계를 듣다 보니 전체적인 모습이 그려지더군요. 시각장애인은 메모를 하기도 여의치 않아서 웬만한 기록은 다 외우고 있습니다.”

그는 78년 부산고 투수였던 양상문 선수(현 롯데 감독)의 무패기록, 선린상고 박노준 김건우, 경북고 류중일 선수의 활약상 등 예전의 고교야구 스타의 기록은 모두 꿰고 있다.

“요즘은 1등에게만 기회를 주잖습니까. 야구는 한 회에 적어도 세 타석에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균등합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