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오페라 ‘피가로’ 퓨전 빠지고 웃음 채우고

  • 입력 2004년 7월 19일 17시 27분


객석에서 웃음이 그치지 않았던 오페라 '피가로'-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객석에서 웃음이 그치지 않았던 오페라 '피가로'-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16일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는 오페라 ‘피가로’(기획제작사 라인골트)의 막이 올랐다.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를 각색한 이 무대는 ‘파티 개념의 퓨전 오페라’를 표방하고 있으며 오페라로서는 파격적으로 긴 2주간의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무대에 ‘퓨전’은 없었다. ‘레치타티보’(敍唱·대화 부분에 멜로디를 부여해 건반악기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부분)를 대사로 바꾸었을 뿐 전통적 연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무대였다. 무대와 의상에 있어서도 파격은 드러나지 않았다. 제작사측은 ‘작품의 기본 줄거리를 그대로 두고 상상할 수 있는 (새) 에피소드를 삽입’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사를 조금 각색한 점을 제외하면 원작의 줄거리를 변형한 부분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가로’는 즐길 만한 무대였다. 토월극장의 비교적 작은 무대 위에 제법 아기자기하게 꾸민 세트를 채워 넣었고, 출연자들이 움직이는 동선(動線)도 효과적이어서 청중의 주의력이 흩어지는 부분이 적었다. 첫날 출연자들 중에서 여주인공 로지나 역의 오은경은 특히 시선을 끌었다. 안정된 기교와 산뜻함이 느껴지는 음성, 깨끗한 마무리가 돋보이는 ‘로지나’였다.

예상보다 원작의 변화는 적은 무대였지만 객석에서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원작이 가진 매력 그대로도 충분히 현대의 젊은 청중을 즐겁게 했기 때문이었다. 역설적으로 ‘충분히 작품성을 인정받은 고전의 경우 퓨전은 필요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준 공연이었다.

31일까지 오후 7시반(토 일요일 4시공연 추가). 3만∼12만원. 02-3447-7778, 1588-789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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