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 도착 뱃고동에 환호성… “독도는 외롭지 않습니다”

  • 입력 2004년 7월 19일 19시 19분


“독도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는 승객들을 보면 뿌듯합니다.”

지난달 17일 일본 정부의 신경을 건드리며 취항한 울릉도∼독도 유람선 삼봉호(106t)의 선장 정영필(鄭榮必·29·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동)씨는 “국민이 독도를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태우고 다니는 일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삼봉(三峰·독도의 옛 이름)호는 취항 이후 한 달 동안 300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독도를 다녀왔다. 요즘 하루 승객은 200∼300명선. 2시간 정도 걸려 도착하면 독도와 200m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30분 동안 왼쪽 오른쪽으로 한 번씩 돌고나서 다시 울릉도로 향한다.

“날씨가 좋은 날은 저동항만 빠져나가도 90km 떨어진 독도가 조그마한 점처럼 가물가물 보입니다. 500m를 앞두고 다왔다는 표시로 뱃고동을 몇 차례 울리죠. 멀미 때문에 잠이 든 승객들이 벌떡 일어나 ‘와’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가슴이 찡하죠.”

삼봉호가 독도를 선회하는 짧은 시간 동안 일부 승객은 준비해 간 태극기를 흔들며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기도 하고, 어떤 승객은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짖으며 눈물을 흘린다고 그는 전했다. 독도의 괭이갈매기도 멀리서 삼봉호를 알아보고 배 주위를 뒤덮는다.

울릉종합고를 졸업하면서 항해사 자격을 딴 정 선장은 부산∼일본을 왕복하는 상선과 포항∼울릉도 여객선에서 몇 년 근무하다 삼봉호의 첫 선장이 됐다.

미혼인 정 선장은 “독도까지 가는 동안 해군 및 해양경찰과 무전교신을 계속하며 위치를 알려야 한다”며 “우리 땅인데도 마음 놓고 가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울릉=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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