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38)의 새 앨범 타이틀 곡 ‘긴 하루’ 가사의 일부다. 편안함은 바로 이 앨범의 전체를 가로지르는 키워드다. 5년만에 내놓은 7집 ‘긴 하루’에서 이승철은 ‘희야’(1985년),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1989년), ‘오직 너 뿐인 나를’(1999년)로 이어지는 애절한 창법을 버렸다. 그리고 앨범 전체를 듣기 편하고 절제된 창법의 노래들과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계열의 팝 발라드로 채웠다.
“내년이면 데뷔 20년이에요.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건 진부하다고들 하더군요. 저를 버려야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태프들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해 새로운 도전을 한 거죠.”
○ 소리 내지르지 않는 절제
이번 앨범에서 8곡을 작곡한 전해성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그에게 ‘소리를 내지르지 않는 절제’를 요구했다. 앨범 제작의 전권을 갖고 있던 그가 이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부르기 어렵다는 노래도 두세 번만에 녹음을 끝내는 이승철이지만 새 앨범 수록곡들은 열 번을 불러도 ‘감’이 오지 않을 때가 있었다.
“느낀 대로 불렀다가는 너무 오버하는 것 같고, 절제가 조금만 과해도 너무 심심한 노래가 돼 버렸지요. 지금까지 앨범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게 노래했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빨랐다. 발매 1주일만에 4만장이 나갔다.
타이틀 곡 ‘긴 하루’는 헤어진 연인들의 공허하고 외로운 하루를 노래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뺀 보컬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통통 튀는 콘트라베이스가 인상적인 발라드 ‘무정’은 ‘긴 하루’의 후속곡으로 주목받는 곡. 후렴 부분의 애절한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충분히 내지를 수 있는 곡이지만 절제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별을 예감하는 한 여인의 사랑을 그린 ‘나쁜 사람’은 듣는 이를 앞에 놓고 이야기하듯 부르는 나지막한 보컬이 돋보인다.
○ 내년 데뷔 20년 ‘이승철 기념관’ 추진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이번 앨범에 대해 “중견 가창의 미학을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임씨는 “이승철은 클라이맥스에서 터지는 가창이 매력인데 이번 앨범에서는 사람을 약 올릴 정도로 폭발적인 측면을 절제했다”며 “기존 팬들에게는 밋밋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지금같이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편안함으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철은 연말에 지금까지 발표한 노래 중 베스트 15곡을 골라 수록한 일본어 앨범을 국내와 일본에서 동시에 발표한다. 8월 7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도 펼친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내년에는 그동안의 트로피와 악보, 악기, 의상, 기사 스크랩을 모아 작은 기념관을 세울 예정이다.
“30세까지는 열정과 패기로 노래를 불렀고 35세까지는 반환점을 도는 기분으로 노래했어요. 이제는 대중에게 희망과 행복을 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노래를 합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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