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을 사이에 두고 사랑싸움을 벌이는 박신양과 이동건. 그 패션 경쟁도 뜨겁다. 오랜 방랑을 접고 회사에 출근하는 이동건이 특유의 히피룩을 벗어던지고 정장 차림으로 박신양에 도전장을 내민 것.
열렬 팬들의 인터넷 모임인 ‘기주 홀릭’과 ‘수혁 사랑’은 박신양의 요란한 넥타이와 이동건의 절제된 흰색 재킷에 대해 품평하는 글을 경쟁하듯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남자 주인공들의 패션 경쟁이 화제를 낳자 김정은의 팬들은 “신데렐라는 들러리냐”고 푸념한다.
● 박신양, 유러피언 클래식
극중 자동차회사의 사장인 박신양은 우아한 유럽 귀족의 정장차림이다.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선에 꼭 붙는 더블 버튼 재킷과 통이 넉넉한 바지를 즐겨 입는다. 감색 회색 등 수트의 색상과 재킷 뒤쪽의 양쪽 트임은 재벌의 중후함과 당당함을 더해준다. 유럽 귀족의 느낌을 주기 위해 구두는 수트의 색상과 관계없이 늘 갈색을 신는다.
절제된 정장이 박신양의 사회적 신분을 말해주는데 비해 화려한 셔츠와 넥타이, 행커치프는 옥탑방 신데렐라에게 “애기야, 하드 사줄게 같이 놀자”며 다가가는 로맨틱한 왕자의 면모를 대변해준다.
박신양이 스카프처럼 풍성하게 매고 나오는 넥타이는 보통 타이보다 폭이 1.5배 정도 되고 길이도 길다. 박신양의 의상 담당자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김정은을 만나면서 색상이 부쩍 화려해졌다.
박신양의 흐트러짐 없는 매무새는 김정은의 극중 대사를 빌면 “늘 앞만 보고 걸어 자신의 그림자를 본 적이 없고, 남 앞에서 마음껏 울어본 적이 없는 사나이”를 표현한다.
제작진은 “드라마 후반부에 입을 박신양의 캐주얼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드라마의 엔딩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이동건, 모던한 뉴요커
이동건 스타일의 코드는 ‘안티 기주’. 갖가지 장식을 빠뜨리지 않는 박신양과 달리 이동건은 디테일을 극도로 절제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브랜드 ‘캘빈 클라인’으로 대표되는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의 뉴요커 스타일이다.
몸매가 역삼각형인 박신양과 달리 이동건은 어깨가 작고 전체적으로 몸매가 가느다란 H자형이다. 여기에 맞게 수트도 싱글 버튼으로 여유 있게 입는다. 넥타이의 폭은 매우 좁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시적인 박신양의 타이와 대조를 이룬다.
색이 많은 박신양의 옷과 달리 이동건이 처음 입고 나온 옷의 색상은 흰색과 검정 두 가지. 이에 대해서는 “차갑고 냉소적이 돼버린 이동건의 심리를 표현했다” “색 대비를 통해 박신양에 버금갈 만한 카리스마를 자아내려는 것” “김정은에 대한 변함없이 순결한 사랑을 암시하는 것” 등 여러 분석이 나온다.
성공적인 남자들이 그러하듯 박신양은 이마를 시원하게 드러낸다. 이동건은 머리를 헝클어 이마를 덮어버림으로써 젊고 반항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제작진은 “이동건은 앞으로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자주 입으면서 어둡고 일그러진 심리 상태를 표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움말=장동림 덕성여대 의상디자인학과 교수, 강진주 강진주이미지클리닉소장, 스타일리스트 강윤주 정규연씨)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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