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일광욕장 '썰렁'

  • 입력 2004년 7월 26일 14시 01분


지난 토요일인 24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0.8도까지 올라간 이날, 공원 내 수영장은 초만원인데 일광욕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일광욕장은 지나가던 인라이너들이 잠시 앉아 담배를 피우곤 모래에 비벼 끄고 가는 '재떨이'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망원지구와 잠실지구도 마찬가지.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장 규모가 큰 여의도 지구의 경우 이날 모래조각 만드는 행사가 열려 구경하는 시민들이 잠깐 몰리기는 했지만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은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두세 명에 불과했다.

서울시가 1일부터 개장한 한강시민공원 일광욕장이 '썰렁'하다. 주머니가 가벼운 시민들에게 도심에서 바닷가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구조적인 문제점과 홍보부족 등으로 개장 한 달이 다 됐지만 이용하는 시민은 드물다.

▽분위기가 안 난다=서울시가 조성한 일광욕장은 잠실 뚝섬 여의도 잠원 망원 이촌 등 6군데. 사업비는 4억 3000만원 정도 들었다. 규모는 가장 큰 여의도가 450평이고 나머지는 270~300평 정도다.

서울시는 작년 프랑스 파리시가 세느강변에 조성한 일광욕장이 대 히트를 친 것을 벤치마킹해 올해 일광욕장을 만들었다.

파리 세느강변의 일광욕장은 퐁네프다리부터 슐리터널까지 3.8㎞강변을 따라 이어진다. 그러나 한강변 일광욕장은 강변과 몇 십m 떨어진 수영장 주변에 사각형 모래사장으로 만들어져 어쩐지 어린이 놀이터 같은 느낌이 든다.

파리는 칸막이만 만들고 모래를 깔았지만 우리의 경우 홍수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땅을 파고 모래를 넣어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모래사장을 만들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 일리 있는 말이지만 하여간 일광욕할 분위기는 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햇빛만 나면 아무데서나 웃통을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서양인들과는 달리 일광욕하는 문화가 없는 것도 일광욕장이 썰렁한 요인.

24일 잠원지구 수영장을 찾은 이주연씨(30·강남구 논현동)는 "우리의 경우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영장 이용객"이라며 "이곳은 수영장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일광욕장이 있고 중간에 주차장까지 있어 이용하기가 어색하다"고 말했다.

여의도와 뚝섬 잠실은 일광욕장이 수영장과 가까워 그나마 나은 편이다.

선베드나 파라솔 등도 부족하다. 선베드는 6곳에 총 27개가 있고 파라솔은 각각 10개씩 있다. 서울시는 이용시민이 많아지면 더 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 허도행 녹지과장은 "아직 홍보가 덜 돼서 이용 시민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다음달에 비치 발리볼 대회를 여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용 방법=일광욕장에는 음식물을 가져 올 수 없으며 애완동물을 데리고 들어올 수 없다. 간이로 샤워장이 만들어져 있지만 모래를 씻어내는 정도로만 사용해야 하며 비누를 쓰면 안 된다. 8월말까지 문을 열며 이용료는 없다. 개장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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