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복귀한 가수 박남정은 여전히 ‘댄스 예찬론’을 펼쳤다. 1980년대 말 얼굴 옆과 턱 밑으로 손을 오가는 ‘ㄱㄴ춤’의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의 면모 그대로다.
그는 1980년대 말 히트곡 ‘아 바람이여’ ‘사랑의 불시착’과 더불어 현란한 몸놀림을 선보이며 아이돌 스타로 떠올랐던 가수. 그러나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바람에 밀린 이래 여러 차례 재기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96년에 발표한 6집도 “의욕만 앞섰을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자격지심으로 끙끙 앓은 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철이 없었습니다. 시장은 냉혹한데도 독불장군처럼 만용을 부렸으니까요. 이제야 내 음악과 시장이 보입니다.”
최근 발표한 7집에는 미디엄 템포의 댄스곡을 여러 곡 실었다. 타이틀곡 ‘가지마’도 80년대 디스코 리듬과 친숙한 멜로디를 가진 노래다. 수록곡 ‘집착’ ‘상심’ ‘운명’도 ‘가지마’와 유사한 댄스곡. 그는 “성인들이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쉽게 따라 부르고 몸을 흔들 수 있는 노래들로 꾸몄다”고 말했다.
박남정은 ‘시간이 흘러도’ ‘멀리가요’ 등 두곡의 발라드를 통해 보컬의 연륜을 과시하고 있다. 옛 히트곡 ‘널 그리며’ ‘비에 스친 날들’을 요즘 사운드로 리메이크했으나 올드 팬들은 생소할 듯.
박남정은 예전에 밤무대에 서기도 했다. 연예계를 떠나기도 했지만 노래와 춤은 버릴 수 없었다. 제대로 선보이지도 못한 재기 음반도 두어 장.
“그때마다 가정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딸아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고. 이젠 나 혼자만의 음악이 아니라 세상과 함께 하는 음악을 해야죠.”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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