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 바가지 썼던 주당 여러분 이제 제대로 마십시다”

  • 입력 2004년 7월 27일 18시 33분


일본 연수 중 잠시 귀국한 지철호 부이사관은 “이제 한국인도 빨리 취하는 데 몰두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술맛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일기자
일본 연수 중 잠시 귀국한 지철호 부이사관은 “이제 한국인도 빨리 취하는 데 몰두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술맛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일기자
“그동안 주당들은 3중으로 바가지를 써 왔어요. 이제 주당들이 나설 차례입니다.”

공정거래위 소속 공무원이 우리나라 술 문화 및 주류 규제, 주세 등 술 관련 행정을 분석한 책을 썼다. ‘한국의 술, 반세기의 바가지’(백산출판사)를 펴낸 지철호(池澈湖·41) 부이사관. 그는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위, 대통령비서실 등을 거치며 88년과 98년 두 차례나 주류산업 규제개혁 업무에 관여했다.

왜 ‘3중 바가지’일까.

“옛날에는 각종 불량첨가제가 섞인 저질 주류를 사먹었으니 바가지였죠. 70년대부터는 정부 규제로 주류 선택권을 빼앗긴 채 매일 똑같은 술만 먹었으니 바가지였고요. 오늘날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알코올 도수가 강한 증류주를 많이 먹는 ‘고 알코올 바가지’에 사람들의 코가 비뚤어져가고 있어요.”

그는 고 알코올 주류를 선호하는 오늘의 음주문화도 다양한 술맛을 느낄 수 없었던 70년대의 규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택할 수 있는 술이 한정되다 보니 맛을 즐기기보다 빨리 취하는 데에만 몰두하게 됐다는 것.

“일본의 경우 소주만 1000여종, 청주는 4000여종에 이릅니다. 우리나라도 열 명이면 열 명 모두가 자기 개성에 맞는 술을 마실 수 있는 시대가 와야 합니다.”

그는 고 알코올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행 소주 세율을 기본으로 하고,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율을 가감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 일본에서 연수 중인 그는 다음 번 책으로 일본 술 산업과 문화를 조명하는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술은 한 국가의 문화이자 유력 산업입니다. 그뿐 아니라 수출산업 측면에 서서 조명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주류 관련 무역은 일방적인 수입뿐이었지만, 우리나라가 가진 전래의 훌륭한 술 양조 문화를 감안할 때 ‘술 수출 강국’으로 입지할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