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의 續세상스크린]‘글감옥’에 갇힌 다섯 달…

  • 입력 2004년 7월 28일 17시 13분


밤하늘의 밝은 별은 너무 가까이 있으면 빛나지 않습니다.

달은 지구를 환하게 밝혀 주지만 가까이 가보면 어두운 암석 덩어리일 뿐인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고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은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 별이 제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요….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별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법칙은 배우와 관객 사이에도 존재합니다.

배우가 관객들로 하여금 신비감을 갖게 하려고 숨어 버리기만 한다면 관객들은 관심을 거두어 갑니다. 반면 배우가 사생활과 심리, 생각 등을 너무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 친숙함은 얻을지언정 배우에 대한 궁금증을 잃게 됩니다. 배우는 관객에게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까이도 가지 않으면서 사랑을 호소해야 합니다.

2000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그리고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5개월간 ‘세상스크린’을 통해 독자들을 만났던 일은 제겐 ‘드러냄’이었습니다. 마치 벌거벗은 사람처럼 말입니다.

1주일에 한번씩 제가 사는 모습과 포부를 말하고 저를 내세우면서 사실 내가 이렇게 아는 척해도 되는지 두렵고 부끄러웠습니다. 원고를 넘기고 나면 항상 불안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독자님들의 과분한 화답 덕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직접 마주칠 때나 e메일을 통해 제게 용기를 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말씀 올립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더구나 저처럼 글을 업(業)으로 삼고 있지 않은 경우엔 너무도 낯설고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마감시간에 쫓겨 촬영장에서 분장도 지우지 못한 채 컴퓨터 앞에 앉은 적이 허다했고, 그냥 멍하니 앉은 채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하며 밤을 하얗게 지새운 날도 무수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글을 쓰는 행위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제 자신이었습니다. 수많은 시간을 고민하며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세상을 더 숙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독자님들과 동아일보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다시 저의 원래 일인 배우로 돌아가려 합니다. 이번 주부터 제가 출연하는 새 영화 ‘천군’의 촬영이 시작되었거든요.

언제 또 다시 글로써 뵙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보내주신 사랑을 가슴깊이 담고 촬영장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영화 ‘천군’의 촬영지, 경북 문경에서.<끝>

박중훈 moviejh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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