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04 友情 보고서/“일은 일, 친구는 친구”

  • 입력 2004년 7월 29일 16시 38분


로커스 김형순 사장(오른쪽)과 박낙원 부사장은 서로를 보완해주는 동료이자 가장 좋은 친구 사이다. -김미옥기자
로커스 김형순 사장(오른쪽)과 박낙원 부사장은 서로를 보완해주는 동료이자 가장 좋은 친구 사이다. -김미옥기자
“부사장님이….”

벤처기업 로커스의 김형순 사장(43)은 이 회사 박낙원 부사장(42)을 언급하면서 꼬박꼬박 ‘님’자를 붙였다. 두 사람은 서울 경성고 동창으로 만난 지 25년이 넘은 친구 사이. 하지만 단 둘이 회의를 할 때도 존칭을 쓴다고 했다.

“소주가 한 병쯤 들어가면 그제야 편하게 말이 나옵니다. 오랜 친구이고 업무상 자주 만나는 사이지만 일에 관한 한 서로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김 사장과 박 부사장은 고교 방송반 창립멤버. 김 사장은 편성부장, 박 부사장은 기술부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로커스에는 김 사장의 친구가 많은데 태국법인의 임성현 대표가 고교 동창이고 자회사인 로커스테크놀러지의 김용수 사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시절 룸메이트였다.

친구의 능력이 제일 뛰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업무 파트너로 친구를 선택하는 게 늘 최선일까.

“세계 모든 사람이 나와 인연이 있는 건 아닙니다.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에서 뽑아야 하죠. 오랫동안 관찰해 왔던 친구는 신뢰할 수 있고 능력이 검증됐다는 게 장점입니다.”

김 사장과 박 부사장은 업무상 가장 가깝고 자주 만나는 관계에 있다. 의견이 달라 싸우는 경우는 없는지 물어봤다.

김 사장은 “박 부사장의 능력이 워낙 뛰어나고 업무를 대하는 기본적인 생각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럴 일은 별로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업무 스타일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

그는 집짓기를 예로 들었다. 박 부사장이 벽돌, 유리창, 마감재 등 집짓기에 대해 정말 아는 게 많아 치밀하게 일을 추진하는 데 비해 김 사장은 작업의 기한과 순서를 정하고 ‘이렇게 하자’고 밀어붙인다는 것. 하지만 결국에는 두 사람이 모두 공감하는 집이 나오게 된다.

회사 업무로 치면 김 사장이 주재한 회의는 결과는 빨리 나오지만 내용이 엉성할 수 있고, 박 부사장이 주재하면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해 결과가 잘 안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칭 ‘동업주의자’라는 김 사장은 “서로의 단점을 보고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닌 이상 처음처럼 장점에 초점을 맞추면 아무 문제없다. 친구끼리 동업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창업 초기(그는 ‘성산동 시절’이라고 표현했다)에는 둘이서 퇴근 후에 한잔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근처 중국집이나 은평구의 감자탕 집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죠. 최근에는 일 때문에 점심 식사를 하는 것도 어려워졌어요.”

인터뷰가 있던 22일은 마침 고교 동창 20여명이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술자리가 있는 날. 이름 하여 하리회(何離會)라는데 두 사람은 이때만큼은 고교 친구로 돌아가 존대하지 않고 편하게 대한다고 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