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과 비디오가 종일 왕왕대는데다 장난감이 넘쳐나는데도 심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 모든 아이들에게 잠재돼 있는 호기심과 창의력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캐나다 밴쿠버 교외에서 남편과 다섯 아이들을 홈스쿨링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아이들을 ‘바쁘게’ 만들기 위해 개발한 그리기 만들기 놀이를 책(원제 Arts & Crafts Busy Book)으로 엮었다. 첫 권 ‘비지북 101’은 2∼5세용 놀이 101가지, ‘비지북 102’는 3∼6세용 놀이 102가지를 소개하고 있으며 이번에 4∼8세용 놀이 103가지를 담은 ‘비지북 103’으로 완간했다.
대부분 엄마 아빠들은 그리기 만들기 놀이가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준다는 사실을 알지만 아이들의 이러한 놀이가 방을 엉망으로 만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거들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선뜻 판을 펼쳐주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놀이들은 부모의 참견을 최소화하면서 아이들의 창의력은 십분 발휘될 수 있도록 짜여진 것이다. 재료들도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뿐이다. 편집자가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는 재료는 빼고 시장정보를 덧붙인 덕분이다.
예를 들어 엄마는 수박이나 사과를 얄팍하게 저미고 아이에게 그것을 쿠키 커터로 찍도록 한다. 여기에 생수 사이다 설탕 얼음을 섞어주면 화채가 된다.
엄마는 실을 바늘에 꿰고 아이에게 구멍이 뚫린 시리얼, 말린 과일, 젤리를 꿰도록 한다. 아이의 머리 둘레보다 조금 더 길게 해 목걸이를 만들어준다. 아이에게 과자목걸이를 걸어주고 떼어먹게 한다.
아이에게 삶은 감자를 으깨 여러 가지 모양으로 빚게 한다. 겉에 녹인 버터를 발라줘 오븐에 구우면 감자조각품이 된다. 밀가루 반죽으로 글자를 빚게 한 뒤 구워주면 쿠키도 만들고 글자도 익힐 수 있다.
아빠의 낡은 넥타이 안에 쌀을 집어넣고 공작용 눈알을 붙여주면 ‘넥타이 뱀’이 된다.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에 모루(철사에 색깔 있는 털실을 감은 재료)로 오징어 다리나 물고기 꼬리지느러미를 만들어 붙이면 바다 속 풍경을 연출할 수 있다.
모래에 안료를 섞어 유리병에 색색이 담도록 해도 아이가 만든 인테리어소품이 된다.
4∼8세용 놀이라지만 나이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능력과 관심이다. 또 ‘제대로’된 결과물보다는 창의적인 과정에 초점을 둔다. 놀이는 놀이일 뿐이니까.
그러나 고사리 손이 만들어내는 작품을 보면서 부모들은 미래의 아인슈타인(‘지식보다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다’)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최소한 하느님의 놀이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미셀 시어가 말한 대로 ‘창의력이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보는 눈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낼 방법을 찾아낸다면 그 사람은 하느님과 놀이친구가 되는 것’이므로.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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