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여성이 결혼 두 돌을 앞두고 진료실을 찾아왔다. 이혼하려는데 친정부모가 먼저 전문가와 상담을 받으라고 권했기 때문이다.
부인은 지금까지 남편과 시댁의 요구에 맞춰 살려고 애를 썼는데 남편은 전혀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남편에게 말했지만 시큰둥했다는 것.
부인은 양가가 모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문화가 너무 다르다고 했다. 친정은 비교적 개방적이지만 시댁은 상당히 보수적이며 특히 시아버지는 매우 권위적이라는 것이다.
또 시댁이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불평을 했다. 남편은 신입사원이라 수입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시부모의 생신이나 명절에는 많은 돈이 들어갔다.
부인은 어쩔 수 없이 친정에서 경제적 도움을 받았지만 남편은 고맙다는 의사 표시는커녕 오히려 돈 씀씀이가 헤프다고 비난했다. 부인은 남편이 비겁한 사람이라고 생각돼 더 이상 존중할 수 없었다.
부인의 불만은 그치지 않았다.
“남편이 시아버지에게 맞으며 자라서인지 지금도 꼼짝 못해요. 부부간의 약속도 시아버지의 의견 때문에 금세 바뀌어요. 제가 불만을 표시하면 남편은 더 화를 냅니다.”
필자는 부인에게 이혼 결심을 잠깐 보류할 것을 권했다. 그리고 부부치료를 받아볼 것을 설득했다. 부인은 남편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망설였다.
설득 끝에 부인은 남편과 동반해 상담을 받아보자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남편이 상담을 거부했다. 결국 부인은 이혼 결심을 굳혔다.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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