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이생진, “두 살짜리 아이와 예순여섯…”

  • 입력 2004년 8월 1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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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짜리 아이와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

이생진

두 살짜리 아이하고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가 동화책을 읽는다

두 살짜리 아이는 글자를 읽을 줄 모르고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는 그림을 읽을 줄 모른다

두 살짜리 아이는 그림을 자세히 읽고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는 글자를 듬성듬성 읽는다

곰돌이가 나비를 잡으려다 웅덩이에 빠지는 장면 앞에서

두 살짜리 아이는 금방 웃고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는 무표정으로 책장을 넘겼다

두 살짜리 아이는 크면서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를

멀리했다

―시집 ‘일요일에 아름다운 여자’(동천사) 중에서

두 살짜리 안에 예순여섯 살짜리가 들어 있고, 예순여섯 살짜리 안에 두 살짜리가 들어 있어야 마땅하다.

만약 두 살짜리 안에 두 살짜리만 들어 있고, 예순여섯 살짜리 안에 예순여섯 살짜리만 들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두 살짜리는 두 살로 성장이 멈출 것이요, 예순여섯 살짜리는 삭정이 고목이 되어 툭, 부러질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경계할 일은 내 안에 두 살, 다섯 살짜리 아이마저 함께 늙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꽃잎만 보고 누가 나이를 짐작할 수 있겠는가. 늙은 복숭아나무도 해마다 영락없이 여린 도화를 밀어 올린다. 거죽은 굳고 삭았어도 제 안에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며, 수줍고 설레는 어린 마음 한 줌이 있기 때문이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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