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동성간의 사랑을 그린 데뷔작 ‘로드 무비’로 호평 받은 김인식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경계선장애로 감정 기복이 심하고 정체성 혼란을 겪는 지수(김혜수)와 자신의 환자인 지수를 사랑하는 정신과 전문의 석원(김태우)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달 30일 서울 세종로의 한 카페에서 김혜수를 만났다. 6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
―이번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든 김혜수씨의 대표작으로 남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그는 대답 대신 되레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번 작품에 갖고 있는 그의 열정이 드러나는 반응이었다. 그는 ‘건강미인’으로 불리며 20년 가깝게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여배우로는 강수연을 빼면 고참 급에 속하지만 그의 영화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 아니었다. ‘어른들은 몰라요’ ‘닥터 봉’ ‘신라의 달밤’ ‘YMCA 야구단’ 등 출연작이 19편에 이르지만 선뜻 ‘김혜수의 영화’라고 기억되는 작품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전 잘 봤는데, 김혜수씨는 어떻게 봤나요?
“지수가 최면상태에서 나누는 섹스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자연스러워 다행이에요. 지수는 육신은 살아있지만 정신적 소통이 제대로 안되는 인물이죠.”
지수는 외환딜러인 민석(윤찬)과 결혼하지만 첫 사랑에 집착하고, 반면 지수를 사랑하게 된 석원은 최면상태에서 그녀를 ‘소유’하지만 끊임없는 갈증을 견디지 못한다. 영화는 크랭크인 후 김혜수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중적이지 않다는 반응도 있는데요.
“관객 입장에서는 김인식 감독의 스타일이 낯설 수도 있죠. 흥행을 외면할 수 없지만 영화는 감독의 스타일로 나와야 한다고 믿어요.”
―이번 작품이 연기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지는 않았나요?
“그랬어요. ‘영화가 도대체 뭔데?’라는 생각도 들었죠. 5년 전 이 작품을 만났다면 시나리오는 매력적이지만 내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배우로서의 이미지나 노출 연기 때문인가요?
“여러 이유에서죠. 베드신을 찍을 때가 다가오는 데 아무도 얘기를 해주지 않더라구요. 감독님께 물으니까 ‘간단하게 찍는다’고 했지만, 간단하지는 않았어요(웃음). 벗은 상태에서 배우로서의 감정을 유지하면서 기술적인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죠.”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매니저 역할을 해준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이 작품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전했다.
“많이 야하냐.” “다 나오니 앞뒤로.” “통통하게 나오느냐.”(어머니)
“아니.”(김혜수)
이에 대한 어머니의 대답은 “그럼 됐다”는 것이었다.
―아까 5년 전 상황을 가정했는데 5년 뒤에는요?
“94년 뉴욕에서 ‘나이는 단지 숫자 일 뿐이다’라는 문구를 본 기억이 납니다. 이탈리아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이죠. 예쁘지만 그 배우라고 왜 주름이나 뱃살이 없겠어요. 아마도 작품과 인생에서 아름답게 살아가기 때문에 허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지 모르죠. 한국 영화도, 사회도 여배우가 아름답게 살 수 있는 작품, 기회를 충분하게 주면 좋겠어요.”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