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특별기획 드라마 ‘해신’(연출 강일수·극본 정진옥 황주하)의 제작발표회가 열린 3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 대신리 소세포 오픈 세트장에서 만난 탤런트 최수종(42)은 타이틀 롤인 해상왕 장보고 역할을 맡게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너무 많았다. ‘태조 왕건’, ‘태양인 이제마’ 등 KBS 사극의 단골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최수종은 장보고 역할을 맡음으로써 조선과 고려를 지나 통일신라시대까지 가로지르는 연기자가 됐다.
“‘태조 왕건’을 찍으면서 ‘사극은 그만 하겠다’고 했습니다. 14kg이나 되는 갑옷에 투구까지 걸치고 연기를 하다가 실신해서 3일 간 촬영이 중단된 적도 있었죠. 4년 동안 200회를 촬영하며 너무 힘들었습니다.”
○일주일 고민끝에 출연제의 수락
그는 ‘해신’ 출연 제의를 받고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원작과 시놉시스를 읽어본 후 장보고는 왕건, 이제마와는 달리 천민에서 해상왕으로 발전하며 역경을 거치는 인물이라 도전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일주일 고민 끝에 제의를 받아들였다.
극중에서 장보고는 천민으로 태어나 해적들에게 부모를 잃은 뒤 노예로 살아간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며 노예 검투사에서 무사를 거쳐 청해진 대사라는 요직에 오르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극한 상황에 처할수록 배짱과 대범함이 살아나는 성격의 소유자다.
최수종은 “장보고는 말과 행동을 절제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인물”이라며 “시청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잘 표현해보겠다”고 말했다.
남해 상권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 자미 부인 역으로는 탤런트 채시라가 등장한다. 채시라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98년 ‘야망의 전설’ 이후 6년만이지만 누구보다도 호흡이 잘 맞는 배우다. ‘파일럿’, ‘아들과 딸’ 등 모두 6편의 드라마에 같이 출연했다. 장보고와 운명적 사랑을 나누는 정화 역은 탤런트 수애가 맡았다.
○“국내 배우중 내가 가장 말 잘타요”
최수종은 “부족하지만 국내 배우 중 가장 말을 잘 타고 칼싸움도 제일 잘 한다고 자부한다”며 이는 다 사극 경험 때문이라고 웃었다.
시청자들로부터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종영된 MBC ‘장미의 전쟁’에 대해서는 “의도가 잘 표현되지 않아 아까운 드라마였다”며 “최진실씨가 많이 힘들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수종은 모노드라마 ‘우리가 애인을 꿈꾸는 이유’로 연극무대에 서고 있는 부인 하희라와의 애정을 과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달 15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객석에서 연극을 봤는데 오늘 처음으로 ‘해신’ 제작발표회 때문에 못 갔어요. 연극 시작 전에 제가 안 보이면 제작진이 절 찾을 정도예요. 관객들은 절 알아보고 ‘최수종씨, 열심히 해야겠어요’ 하더군요. 하희라씨가 그만큼 잘 한다는 얘기죠.”
완도=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드라마 ‘해신’▼
소설가 최인호씨의 ‘해신’을 원작으로 15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KBS2의 50부작 HD사극. 김종학 프로덕션이 외주제작을 맡았다. 11월17일 첫 회가 방송될 예정. 정사(正史)에 기초한 정통 대하 사극이 아니라 픽션을 가미한 트렌디 사극이다. 총 제작비는 50억원. 이 중 20억원은 전남 완도군 소세포와 불목리 2곳에 세워진 오픈 세트와 배 6척을 만드는 데 쓰였다. 30억원은 의상과 소품 등 미술제작에 투입된다. 전라남도와 완도군도 오픈세트 제작에 25억원을 출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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