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僞는 사람(人)이 시켜서 하는(爲) 일이란 뜻으로, 자연적인 것과의 조화를 깨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人爲的(인위적)인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해 왔다. 그래서 노자의 말처럼 無爲自然(무위자연), 즉 인위적인 것 없이 자연 상태로 그대로 두는 그것이 최상의 덕목이었다. 그래서 집을 지어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사는 것도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삶이었다. 그렇지 못한 것은 모두 인위적인 것이요, 그것은 곧 거짓이자 虛僞(허위)로 인식되었다.
爲에 言(말씀 언)이 더해진 와 역시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말(言)로 하는(爲) 것은 모두 ‘거짓’이며, 서구에서의 말(logos) 중심주의와는 달리 ‘말’은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인식했음을 웅변해주는 글자다. 와의 속자인 訛는 말(言)이 진실을 변화시킨다(化)는 사실을 더욱 형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글자다.
造는 착(쉬엄쉬엄 갈 착)과 告로 구성되었는데, 이의 자형에 관해서는 이설이 많다. 금문 단계만 해도 지금의 자형에다 舟(배 주)나 면(집 면)이 더해지기도 했고, 심지어는 金(쇠 금)이나 貝(조개 패) 등이 더해진 형상을 하기도 했는데, 소전체로 오면서 지금의 자형으로 통일됐다.
造를 구성하는 착은 원래 行(갈 행)의 줄인 모습과 止(발 지)가 합쳐진 것으로 가다는 동작을 나타내고, 告는 소(牛·우) 같은 희생물을 제단에 올려 어떤 상황을 신에게 알리는(口·구) 모습을 그린 글자다. 그래서 造는 나아가(착) 알린다(告)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금문 등에서의 자형을 참고해 보면 작업장(면)에서 배(舟)나 청동 기물(金)이나 화폐(貝) 등을 만들었을 때 조상신에게 그의 완성을 알리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물건의 製造(제조)나 완성이 造의 원래 뜻이다.
한자에서 ‘만들다’는 뜻을 갖는 다른 글자인 作(지을 작)이 옷을 만드는 것을 형상한 것임에 비해 造는 청동기물이나 화폐 등과 같은, 개인이 아닌 국가가 만들 수 있는 물품의 製造를 뜻한다. 그래서 造는 作에 비해 더욱 큰 것을 만든다는 차이점을 갖는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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