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극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이도경(李道慶·51·사진)씨는 초연부터 지금까지 ‘용띠 남자’ 역을 맡고 있다. 여기저기 무대를 옮겨 다니다가 이 극장에 정착한 것은 2000년이지만 초연은 1997년의 일이니 같은 역할을 7년째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3일 2000회를 넘긴 이 연극은 이미 한국 창작극 사상 최장기, 최다 공연 기록을 계속 세웠다.
“관객이 있으니까 공연이 있는 거지요. ‘쉬운 이야기로 쉽게 감동을 주자’는 것이 작품의 기획 의도입니다. 그 점이 호응을 얻은 것 같아요.”
이씨는 ‘장기 공연’의 공을 작품성에 돌렸다. 하지만 한눈팔지 않고 한 작품에만 ‘우직하게’ 매달리는 그의 열정, 연극 내내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그의 연기력이 없었으면 ‘롱런’은 불가능했다는 것이 연극계의 평가다. 그는 과로로 쓰러졌을 때, 극장 조명이 나갔을 때, 그리고 시위로 교통이 막혀 뛰어서 극장까지 갔으나 너무 늦었을 때 등 3차례를 빼고는 한번도 쉬지 않았다. 그동안 상대 여배우는 5명이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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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매일 공연을 했지만, 요즘에는 1주일에 3일만 합니다. 나이가 드니까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서 매일 1시간 반씩 헬스클럽과 수영장에서 운동을 합니다. 체력 때문에 공연을 중단하고 싶지 않거든요.”
장기 공연은 그의 특기. 1992년부터 연극 ‘불 좀 꺼주세요’에 3년 6개월간 출연했다. 12년간 단 두 편의 연극에 출연한 셈이다. 현재 하고 있는 작품도 언제 끝낼지 모른다.
“당분간은 출연을 계속할 겁니다. 하지만 좋은 후배가 나타나면 역을 물려줘야죠. 언젠가는 모든 관객을 울리는 비극을 한 편 하고 싶군요.”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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