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명동백작’ 이재은 “전혜린 멋지게 살려낼거예요”

  • 입력 2004년 8월 12일 18시 10분


‘명동백작’에서 전혜린 역을 맡은 이재은은 “짧고 강렬하게 살다 간 전혜린 같은 불꽃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EBS
‘명동백작’에서 전혜린 역을 맡은 이재은은 “짧고 강렬하게 살다 간 전혜린 같은 불꽃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EBS
“서구적인 외모에 독일 유학을 다녀오고, 주량은 말술에 검은 옷만 입고 다니는,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에 불운했던 멋진 여자를 연기하게 돼 너무 기뻐요.”

9월 중 방영 예정인 EBS의 미니시리즈 24부작 ‘명동백작’(극본 정하연, 연출 이창용 남내원)에서 31세에 요절한 작가 전혜린 역을 맡은 탤런트 이재은(24). 영화 ‘노랑머리’ 주인공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는 그에게, 서울 명동보다는 강남 문화에 익숙한 ‘청담동 키드’가 ‘명동 인텔리’를 연기하기 쉽지 않겠다고 하자, “인터넷과 책을 뒤지며 50년대 명동 문화와 전혜린에 대해 연구 중이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명동백작’은 1950∼60년대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문화사를 조명하는 기획. 당시 명동에 모여들었던 시인 김수영 박인환 서정주, 소설가 김동리 황순원, 가수 현인 남인수 등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전혜린(1934∼1965)은 경기여중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뮌헨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를 우리말과 독일어로 옮긴 번역 문학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수필집을 남긴 수필가이기도 하다.

“요즘 같으면 장관도 지냈을 재원인데 ‘여자가 공부하면 팔자 사납다’던 시대에 태어나 늘 술로 울분을 달래죠. 솔직히 저는 여자로 태어나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해는 안 돼요. 그래서 자기주장이 강하고 카리스마를 가진 여성으로 캐릭터를 설정하고 연기중이에요.”

이재은은 극중 정비석의 신문 연재소설 ‘자유부인’을 놓고 소설가 이봉구와 전혜린이 ‘타락이냐 혁명이냐’는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 나오는 대사가 특히 마음에 든다고 했다.

“‘서구 혁명은 채털리 부인의 치맛자락에서 시작된 것도 모르냐’는 건데 정말 멋지지 않아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이재은은 요즘 중앙대 국악과에 편입해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마당극이나 창극 배우로서의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서다.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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