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한국생활사박물관’…영화처럼 한눈에 쏘~옥

  • 입력 2004년 8월 13일 17시 17분


◇한국생활사박물관 11, 12권/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 지음/106쪽, 126쪽 각권 1만8000원 사계절(초등 6년 이상)

옛날을 보여주되 영화처럼 생생하게 재현해 보여주자는 의도에서 기획된 ‘책 속의 박물관’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가 제11권과 제12권을 끝으로 완간됐다.

근대와 만나는 조선말의 삶을 담은 제11권 ‘조선생활관 3’은 이 시리즈의 포맷을 가장 충실히 반영한 완성본. 야외전시와 가상체험실까지 동원해 박물관 형식으로 시각화했다.

야외전시 첫 장에서는 세계 앞에 선 조선을 보여준다. 바로 개항의 모습이다. 그러나 인천항이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의 모습을 실어 100여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를 주체적으로 열기 위해 애썼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본 전시실에서는 염상섭의 삼대가 아니라 실존인물들인 ‘김병욱-김성규-김우진’으로 이어지는 삼대의 삶을 세세히 소개하면서 격동기의 자취를 좇는다.

조선시대 지도를 분석해 세계관의 변화를 보여주는 특별전시실도 흥미롭다.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가졌던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구식 세계지도를 재해석하고 내면화하려는 시도를 했음이 드러난다.

영화처럼 옛날을 생생하게 보여주자는 취지의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 12권이 완간됐다. 조선말의 생활상을 담은 11권의 한 장면. 당시 개화파와 일본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면서 개화의 산물로 여겨진 사진관이 군중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 사진제공 사계절

가상체험실에 들어서면 발랄한 터치로 초기 사진사들이 그려진다.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는 초상화의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사진은 거부감 없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제12권 ‘남북한생활관’은 북한의 생활상에 대한 자료의 한계 등에도 불구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남북한을 함께 다룬다. 정치적 관점을 배제하고 생활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또 눈뜬장님이 되느니 절름발이가 되겠다는 제작진의 각오도 컸다.

마지막 권은 또 이제까지 끌어온 안정된 포맷에 안주하지 않고 ‘가변형’이라는 다른 형식을 취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인 ‘현대생활의 서곡’을 보면 일제강점기가 또다시 나온다. 학교로 대표되는 현대적 규율과 유흥가로 상징되는 일탈현장의 시작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어 50여년 남북한 생활사의 구석구석이 드러난다.

강응천 편집주간은 “정치중심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춘 첫 시도였고 연구가 충분히 돼 있지 않은 분야인데도 시각화작업을 마무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기획기간을 포함해 6년간 학자 편집자 디자이너 화가 등 400여명이 원고 8600여장, 그림 660여점, 사진 1770여컷을 쏟아내 100만년이나 되는 민족생활사를 오롯이 복원해냈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최근 국회교육위원회에서 “초중고교의 국사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시간을 늘리고 독립 교과목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국사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해답은 잘 기억하는 것이다. 강 주간은 “머릿속에 박물관 전시실을 각각 배치한 뒤 시각적 자료를 읽고 보면서 하나하나 채워나가라”고 조언했다. 적어도 이 시리즈를 읽을 때는 적용해봄 직하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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