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어여쁜 꽃신도 함께 간다
이 세상에서 때묻지 않은 죽음이여
너는 다시 무지개의 七色으로 살아나는가
아이가 걸어간다
아이가
한밤중 불같은 머릿속 다 헹구고
간밤의 비바람 폭풍우 다 데리고
오늘은 다소곳이 걸어간다
눈물도 꽃송이도 다 데리고 걸어간다
아가야
네가 남긴 환한 미소
내 가슴에 남겨준 영롱한 기쁨
그런 것 모두 다 한데 모아
오늘은 비 개이고 맑은 언덕
아이가 걸어간다
혼자서
하늘나라로 하늘나라로
무죄의 층계를 밟아 오른다.- 시집 ‘월식’(민음사) 중에서
어릴 적 벼르고 벼르다 못하고 만 일. 산 너머 여름밤 내 떨어진 별똥별 줍는 일과 무지개를 찾아 나서는 일. 인절미처럼 쫄깃쫄깃하다는 별똥별 주워 우물우물 먹으면서 무지개를 만났으면. 무지개의 양끝에는 맑은 샘물이 있어서 그 물을 마시면 흰머리도 검어진다나. 새치 하나 없는 검은 머리 예닐곱 살짜리지만 왜 그리 그 샘물을 마시고 싶었을까.
별똥별 대신 인절미를, 무지개 대신 무지개떡깨나 먹어보았지만 모두 허사. 아직도 별똥별을 보거나, 때묻은 색동 무지개 한 토막만 보아도 왜 이리 가슴 설레는지 몰라. 몸 벗고 가는 무죄의 층계라니 영영 오를 수 있을지 몰라.
시인 반 칠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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