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李承勳)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3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 둘째 날 행사에서 “강성 노조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현 정부가 현행법에 어긋나더라도 노동자를 옹호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약자인 노동자를 돕더라도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한다”며 “사회 통합만을 고려해 노조 편만 든다면 투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노조가 불법으로 파업하더라도 면책하고 격려금 형태로 임금을 주게 되면 노조는 ‘챙길 수 있을 때 챙겨야 한다’는 식의 강성으로 흘러 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것.
그는 또 “위대한 경영자로 꼽히는 GE의 잭 웰치 회장도 한국 기업인이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신(新)사업 진출을 막는 출자총액제한 등의 규제, 반(反)기업 정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요구 등을 기업가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또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관석 미국 노트르담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기업 경영의 문제보다 정부 규제 등 경제 환경의 문제”라며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고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규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 한국에서는 거꾸로 기업의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기업에 대한 양적인 규제보다 소액주주의 집단소송제 등을 통한 견제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김종석(金鍾奭)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고기가 죽는 이유는 물이 오염됐기 때문”이라며 “왜곡된 기업 환경을 먼저 제거하고 기업들이 바뀐 환경 속에서 기업 내부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민(李濟民)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 내외부의 견제 시스템 구축이 최선책”이라며 “차선책으로 출자제한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기업 경영권 방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조학국(趙學國)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기업의 타 회사 출자를 제한하는 것이지 기업 투자를 억제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는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 부위원장은 또 “현재 기업의 내부감시장치 만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출자총액제한, 금융보험회사 의결권 제한 등의 시장 개혁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12일 열린 첫날 학술회의에서도 안국신(安國臣) 중앙대 교수는 “현 정부는 좌파 정권이며 ‘좌파적 가치의 덫’에 걸려있다”고 강력히 비판하는 등 최근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잇따라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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