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이선희 데뷔 20주년 콘서트 26~28일 세종문화회관

  • 입력 2004년 8월 17일 17시 39분


이선희는 요즘 후배 가수들을 가르치는 재미에 빠져 있다. 대표적인 가수가 요즘 ‘내 여자라니까’로 주목받는 이승기. 하지만 이선희는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제작자로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이선희는 요즘 후배 가수들을 가르치는 재미에 빠져 있다. 대표적인 가수가 요즘 ‘내 여자라니까’로 주목받는 이승기. 하지만 이선희는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제작자로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J에게’는 수만 번도 더 불렀어요. 노래를 했는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부를 수도 있습니다.”

가수 이선희는 무대에 서면 설수록 이 같은 익숙함으로 인해 느끼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20년 전인 1984년 여름 제5회 강변가요제에서 ‘J에게’를 불러 대상을 받았을 때는 오히려 두려움이 없었다. 두려움도, 가수가 되겠다는 목적도 없었다. 노래하는 게 즐거울 뿐이었다.

당시 큰 뿔테안경을 쓴 모습과 보글보글한 파마머리로 기억되는 대학 1학년생은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열두 살 딸(윤양원)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무대 위에서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지만 수줍은 듯한 어투는 여전히 소녀의 모습을 비치고 있다.

이선희는 데뷔 20주년을 맞아 26∼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그동안 발표한 앨범이 12장이다. 무대에 설 때마다 느끼는 두려움은 이제 그를 지탱해주는 기둥이다.

“무대에 섰을 때 매 순간 최선을 다했어요. 공연이 끝나면 에너지가 남아서 무대를 내려와 본 적이 없어요. 항상 ‘내일 또 노래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며 잠들었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는 1991년부터 4년간 서울시의회 의원을 하며 음악적 공백을 가졌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했던 학생가장 돕기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돕기 공연의 연장선상에서 시의원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순수한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4년의 공백은 나를 내면적으로 성장시켰어요.”

4년 후 돌아와 본 음악계는 너무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가수로서의 자신을 제 3자로 바라 볼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계속 활동을 했다면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쳤을 것 같아요. 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게 됐죠.”

96년 발표한 10집 ‘라일락이 질 때’는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10만장이 팔리며 그의 인기를 확인해 줬다. 그 후 그는 어린이 마당극 ‘박문수’(1998년), 뮤지컬 ‘바리’(1999년)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 영역을 넓혔다.

그는 20대에 가요계 선두에 섰다. 이제는 30·40대가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30, 40대는 티켓을 사서 공연을 즐기기보다 남들에게 선물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지금 내 나이와 감성에 맞는 노래를 하다보면 30, 40대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공연에서는 ‘J에게’를 비롯해 ‘아름다운 강산’ ‘나 항상 그대를’ ‘아! 옛날이여’ ‘알고 싶어요’ 등 히트곡들을 부른다. 9월경 13번째 정규 앨범도 발매한다.

그는 한 시간여의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딸이 엄마가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 너무 바빠서 방학 중인 딸과 마주할 시간이 별로 없다”며 집으로 향했다.

공연은 26∼27일 오후 7시반, 28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4만∼12만원 1544-1555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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