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냄새는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구두나 운동화 속에 남아 있는 땀이 미생물에 의해 부패되면서 생기는 것이다. 신발을 잘 말려 신거나 땀을 잘 흡수하는 양말을 자주 갈아 신으면 될 일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냄새가 고약한 질소나 황 화합물을 파괴시키거나 흡착시키는 방취제를 사용하면 된다.
화학적으로 볼 때 동전에 들어 있는 구리가 냄새를 없애주는 방취제의 역할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작은 구멍이 많은 숯과 달리 구리 금속의 원자들은 조밀하게 쌓여 있기 때문에 냄새 분자를 붙잡아 둘 수 없다. 표면에 노출된 구리 원자들이 냄새 분자를 파괴시켜 줄 가능성도 그리 크지는 않다. 구리의 화합물인 황산구리가 강한 살균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리 금속 자체의 살균력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
구리가 TV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흡수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경우의 전자파는 주파수가 매우 낮은 ‘초저주파(ELF)’ 복사를 뜻하는데, 가정용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도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전자제품에 쓰이는 전선이 모두 구리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또 10원짜리 동전을 꽃병 안에 넣으면 구리에서 음(―)이온이 발생해 물이 빨리 썩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꽃이 시드는 것을 늦춰 준다는 주장도 있다. 구리는 속성상 양(+)이온이 될 수는 있어도 음이온은 결코 될 수 없다. 더욱이 구리를 양이온으로 변환시키려 해도 인체에 해로운 강한 산화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정보화시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이 잘못된 과학 상식을 확산시키는 통로가 된다면 정말 불행한 일이다.
서강대 화학과 교수 duckhwa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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