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애와 관련된 책을 각각 펴낸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26), 김낭씨(34·여)가 만나 연애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지난 주말 종영한 방송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남자주인공 한기주 (박신양)에 대한 논평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 맘에 드는 이성을 잡으려면
▽김낭=한기주는 전형적인 B형 남자예요.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여자를 다루잖아요. 요새 남자들이 강한 면이 없어서 그런지, 그 같은 남성다움이 크게 어필한 것 같죠?
▽송창민=식당에서 여자에게 뭘 먹을지 묻지도 않고 자기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걸 막 시키던데, 그게 멋져 보인다는 거죠 (웃음). 여자는 무조건 남자 말을 따라야 한다는 식이라면 문제겠지만, 데이트 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온 것으로 좋게 봐줄 수도 있지 않나요?
▽김=사실 데이트 초반에 서로 ‘뭐 먹을래요?’만 물어보면서 15분씩 고민하는 것도 참 난감한 일이에요. ‘생각 없음’ ‘대책 없음’은 상대에 대한 민주적 배려가 아니라 잘못된 방법이죠.
▽송=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연애를 잘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기술을 배워야죠.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다고 해봅시다. 연애기술이 있으면 우왕좌왕하지 않고 두 번째 기회를 만들 수 있지만 기술이 없으면 단 한 번의 기회를 날려버리게 되죠. 10원짜리 동전 10개와 100원짜리 1개는 같은 가치잖아요. 그런데 10원짜리는 귀찮아서 아무데나 버려두기도 하지만 100원짜리는 그렇지 않죠. 10원짜리 10개를 100원짜리 1개로 바꿔주는 것이 연애의 기술입니다.
▽김=그런데 송창민씨가 스무 살부터 7년간 400명과 사귀었다는 ‘타이틀’은 사실인가요? 기술이야 습득할 수 있었겠지만 그것도 사랑일까요?
▽송=호감을 갖는 데이트까지 포함해서 그렇다는 거지 진짜 사랑은 서너 번밖에 못해봤어요. 김낭씨는 결혼 6년차이신데 첫사랑과 결혼하신 건가요?
▽김=결혼 이전의 연애를 포함해 딱 두 번 연애를 해봤죠. 남편과는 친구처럼 지내는데 남편이 연하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권위의식이 전혀 없는 이유가 크고요. 남편을 ‘내 남자’라기보다 ‘한 사람의 동료’로 인정하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저는 기술이 부각되는 연애보다 사랑과 결혼, 관계에 더 관심이 많아요.
▽송=저도 숱한 연애를 통해 제가 얻은 노하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연애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론 한 사람과 오래 지속되는 진짜 사랑을 해야죠.
○ 밀고 당기기 기술
▽김=데이트 초반뿐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오래 지속되는 사이에서도 현명한 ‘기술’이 필요해요. 남자는 대개 목표 지향적이고 여자는 과정 지향적이죠. 남자는 목표에 접근해 성취하고 나면 긴장을 늦추지만 여자는 관계가 성립된 뒤 과정에 집중하면서 자꾸 남자에게 집착하죠. 그래서 이를테면 ‘밀고 당기기 기술’ 같은 게 필요해지는 거예요.
▽송=배려와 헌신도 지속되면 더 이상 감동이 아니라 생활이 되거든요. 그럴 때 늘 하던 배려(또는 헌신)를 잠시 멈춘다든가 만나는 빈도를 조절한다든가 하는 게 좋아요. 상대가 나태해지지 않도록 하는 게 모든 유혹의 핵심입니다.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이 덜해진 관계에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거죠.
▽김=사실 사랑의 기쁨 가운데 하나가, 나와 상대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건데요. 완벽한 일체감이 주는 행복감은 크지만 거기에 빠지면 꼭 문제가 생겨요. 왜냐하면 상대방은 내 환상과 일치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서로 적절한 경계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송=맞아요. 자신의 생활영역을 모두 포기하고 상대에게 전적으로 맞추는 연애는 집착만 키울 뿐이죠. 밀고 당기기를 못하는 사람, 상대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 연애는 삶의 에너지
▽김=‘너 없으면 못 산다’가 아니라 ‘너 없이도 잘 살’ 사람이어야 너와 내가 함께 잘 사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애를 하면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것보다 연애가 잘 되니까 신기하게 일도 재미있어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연애가 좋아요. 자기 삶을 잘 꾸려가는 사람들에게 연애는 삶의 에너지를 주는 거죠.
▽송=저는 연애하는 사람은 애국자라고 생각해요. 돈을 쓰니까 소비도 늘릴 수 있고, 스스로를 좋아하게 되니까 자살도 막을 수 있고. 연애 기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절실하게 깨달은 바가 있어요. 3∼4년 전만 해도 저는 지금보다 13kg이 더 나갔고 자기인식이 부정적이었어요. 연애를 하면서 깨달았죠. 사람이 변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남을 사랑하면서 더불어 자기애를 키우게 된다고.
▽김=연애든 결혼이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인격수양이죠. 성숙된 인격 없이 관계를 지속하기는 힘들다고 봐요.
▽송=성숙은 연애를 통해 얻을 수 있죠.
▽김=모두들 ‘자기 성찰’을 하며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김낭=최근 ‘B형 남자와 연애하기’를 출판했고 B형 남자와의 연애전략을 소개하는 카페(http://cafe.naver.com/bnam.cafe)를 운영 중이다. 여성잡지나 인터넷 여성포털사이트 등의 매체에 연애와 관련된 글을 기고하는 러브 마케터. 현재 ‘슈퍼 커플’(가제)을 소재로 한 책을 집필 중이다.
▼송창민=최근 ‘연애교과서’를 펴냈고 연애 노하우를 상담해주는 카페(http://cafe.daum.net/s3699)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은 15일 현재 9만2000명. 휴대전화를 이용한 연애컨설팅, 인터넷 여성포털사이트의 고정 칼럼 집필(쿨의 연애컨설팅) 등을 하고 있다. 다음 달 중 연애기법을 다룬 첫 소설 ‘연애인’을 펴낼 예정.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양승은씨(고려대 영문과 4년)도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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